흑 ●로 젖힌 수가 신산(神算) 이창호 9단의 면모를 보여주는 끝내기. 아직 초반인데 무슨 끝내기냐 싶겠지만 이 9단은 대부분의 기사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미묘한 끝내기를 찾아내는 촉각이 발달했다. 이런 능력이 이 9단을 140번이나 우승컵을 들어올린 기사로 만든 원동력 중 하나이기도 하다.
흑 ●가 왜 좋은 수일까. 참고도를 보자. 흑 1로 상변을 지키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 절대 둬야 하는 수. 그런데 백 2에 이어 4의 단수 한 방이 선수로 듣는 게 아프다.
그런데 흑 ●로 먼저 젖혀두면 실전 백 44, 46처럼 흑 한 점을 잡을 순 있지만 참고도 4와 같은 단수를 선수로 둘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백은 44, 46을 둬야 한다. 두텁고 집으로도 크다. 흑이 이곳을 이으면 백 석 점이 엷어져 공격 대상이 된다.
흑 49의 마늘모 행마가 한없이 단단한 수. 이걸 보면 이 9단이 형세를 좋게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확실히 우하 우상 상변에 산재한 흑 집이 백 집보다는 넓어 보인다.
그렇다면 백도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홍기표 4단은 우상 귀에서 백 50의 응수타진으로 실마리를 풀고자 했다. 그런데 이게 올바른 방향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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