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20일 화요일 맑음. 고래의 이야기.
Charlie Haden & Liberation Music Orchestra ‘Song for the Whales(live)’(2016년)
세상 대부분의 저항가는 쉽고 단순하다.
‘임을 위한 행진곡’부터 ‘대한민국 헌법 제1조’까지. 사람들이 광장에서 한목소리로 제창하는 곡은 대개 짧고 간단한 멜로디가 여러 번 반복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외우기 쉽고 부르기 쉬우며 기억에 남는 강렬함과 반복성을 지닌 선율이야말로 다양한 취향과 연령의 이들을 하나로 만들기 좋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목소리 없는 음악으로 사회에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이를테면 보컬 한마디 없는 길고 복잡한 재즈 연주곡 같은 걸로. 2∼4분짜리 ‘절-후렴’ 반복 구조라는 팝송의 전형을 파괴하는 재즈의 그 음악적 해체성은 곧 ‘함께 부르기’를 방해하는 난해함과 어깨동무하는 태생적 딜레마를 가졌는데….
연주 음반으로 치면 올해 가장 눈물샘을 자극한 앨범이 최근 나왔다. 재즈 베이스의 거장 찰리 헤이든(1937∼2014)의 사후 앨범 ‘Time/Life (Song for the Whales and Other Beings)’다. 고인은 1969년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빅밴드 ‘리버레이션 뮤직 오케스트라’를 창설했다. 여기서 스페인 내전 등 세계의 다양한 현장에서 불린 투쟁가를 모아 재즈로 재해석하기도 했다. 베트남전에 대한 반발로 시작한 고인과 팀의 마지막 목소리는 환경 보호를 향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환경 정책에 환멸을 느낀 고인은 그런 메시지를 담은 앨범을 만들려 했지만 완성하지 못한 채 돌아갔고, 편곡자 겸 피아니스트 칼라 블레이가 유지를 받들어 마저 완성했다.
8∼14분의 긴 연주곡 5개로 채워진 이 빼어난 앨범은 형식적 구호를 넘어서는 눈부시고 유장한 아름다움으로 호소하고 토로한다. 마지막 곡 ‘Song for the Whales’는 2011년 벨기에 공연 실황. 고인은 곡의 처음과 끝에서 베이스 현을 활로 거칠게 긁어 고통에 신음하며 죽어가는 고래의 울음을 흉내 낸다. 곡의 말미, 청중의 박수 소리 속에 이미 병세가 역력한 목소리의 그가 말하는 건 유언과 같다.
“고래는 모든 생명체를 대변합니다. 소중하고 신비로운 존재. 우주가, 이 행성이, 여러분이 꼭 그러하듯 말이죠. 우리가 여기 있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 우주가 계속해서 아름답고 놀라우며 밝게 빛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리고… 이 삶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절대 잊지 마세요.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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