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숙 “문화계 블랙리스트, 다들 미쳤나?…이런 나라 부끄럽고 창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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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12월 28일 10시 07분


사진=동아일보DB
사진=동아일보DB
반정부적 문화예술계 인사 명단이 담긴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연극계 원로인 배우 손숙 씨(72)는 28일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지금 이 시대에. 정말 다들 미쳤나”라며 황당함을 드러냈다.

손 씨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확인된 것에 대해 “문화계 사람들을 다 적으로 만들려고 하는 건가”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설마 했다. 일베(일간베스트)나 이런 쪽에서 만든 게 아닌가 했었다”며 “정말 미친 사람들 아닌가. 나라가 이렇다는 게 굉장히 부끄럽고 창피하다”고 착잡함을 드러냈다.


손 씨는 자신이 블랙리스트에 ‘문재인 지지자’로 분류된 것과 관련, 지난 2012년 당시 박근혜 후보 대선캠프의 영입 보도를 반박했던 사실을 떠올렸다. 당시 새누리당은 김대중 정부에서 환경부 장관을 지낸 손 씨가 캠프에 합류한다고 발표했으나, 손 씨는 “정치적 성향도 다른데 어떻게 박 후보 캠프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겠느냐”고 부인한 바 있다.

손 씨는 “당시 (CBS 라디오) 방송 중이었기 때문에 누가 도와달라고 해도 단호히 거절했었다. 가능한 대로 어느 쪽에도 휩쓸리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며 “명단 올라갈 줄 알았으면 도와드릴 걸. 차라리.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면서 황당함의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그걸로 리스트를 만들어 어떤 불이익을 주려고 했다니, 이건 도대체 어느 시절의… 조선시대에도 이런 일이 있었나?”라며 “유신 때도 이런 게 있었나?”라고 반문했다.

손 씨는 이어 블랙리스트에 오른 배우 송강호, 김혜수, 박해일, 김태우 등의 이름이 거명되자 “문화예술계에서는 거기 안 올라가면 창피하다는 이런 얘기까지 있다. 구천 몇 백 명이 올라가 있는데 거기 없으면 뭐한 거냐(라는 말이 돌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 블랙리스트에 오른 문화예술인들이 당했던 부당한 사례들을 언급했다.

그는 “연희단거리패 이윤택 선생은 전혀 정치적인 분이 아니다. 연극밖에 모르는 사람인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고등학교 동창인가 그래서 선거 때 하도 부탁을 하니 잠깐 지지연설을 한 적이 있다”며 “정치 얘기는 한마디도 없었는데 이후 4년 간 모든 지원이 다 끊겼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말 치사하고 창피한 게 돈 가지고 예술인들을 길들이려고 했다는 건 정말 말이 안 된다”라면서 “길들여지는가, 예술인들이?”라고 일갈했다.

자신이 당했던 부당한 일들도 떠올렸다. 손 씨는 “국립극단 재단 이사장을 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었는데 연락이 없더라. 한 달인가 지나서 죄송하다더라. 아마 위에 가서 잘린 모양”이라면서 “그런 일이 한두 번 더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것들이 반복되다보니)눈치를 챘다. 그런데 나는 이 정부에서 혜택 받을 게 없으니까 그냥 웃고 말았다”면서 “그런데 젊은 친구들이 ‘지원금이 없다’ ‘또 누가 그런 식으로 일을 못하게 한다’고 하는 얘기가 들리더라. 선배로서 너무 미안하다”고 털어놨다.

앞서 유진룡 전 문화체육부 장관은 전날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실체를 확인하며 “박근혜 정부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허태열 초대 청와대비서실장 때까지는 문제가 없었는데 김기춘으로 바뀌면서 모든 게 달라졌다는 것.

이에 대해 손 씨는 “문화계·언론계를 관리해서 꼼짝 못하게 해야 된다고 생각했나보다. 굉장히 유신시대 분이죠, 그분이?”라면서 “그런 생각이 아니면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이 시대에 문화예술인들 명단 만들어서 한다고 장악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정신 차려야 하는 것”이라고 질타하면서 “문화가 눌러서 눌러지는가? 더 커질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김 전 실장이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관련 의혹들에 대해 ‘모르쇠’나 부인으로 일관한 것에 대해서는 “‘당신 참 바보 같은 사람이다. 어떻게, 어느 시대 정치를 하려고 했는가’라고 얘기하고 싶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손 씨는 “문화계는 일어난다. 걱정하지 말라”며 “많이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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