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한겨울에 만나는 봄, 슈트라우스의 왈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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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슈트라우스 2세
요한 슈트라우스 2세
 새해를 우아한 왈츠와 폴카 리듬으로 장식하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음악회가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왔습니다. 올해에는 베네수엘라 출신의 젊은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대에 올라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왈츠 ‘천일야화’를 비롯한 슈트라우스 부자의 왈츠와 폴카, 발퇴펠의 왈츠 ‘스케이트 타는 사람들’, 주페의 ‘스페이드 퀸 서곡’ 등을 들려주었습니다.

 한 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축하하는 빈의 음악회는 1939년 12월 31일 송년음악회로 시작되어 1941년 1월 1일 첫 신년음악회가 열렸습니다. 1955년에서 1979년까지 25차례는 빈 필 악장 출신인 빌리 보스코프스키가 바이올린 연주까지 곁들이면서 지휘대에 섰습니다. 이후 로린 마젤이 7년간 지휘한 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을 위시한 세계 톱클래스의 지휘자들이 매년 번갈아 무대에 서고 있습니다.

 빈 신년음악회라면 누구나 머리에 떠올리는 작품이 본 프로그램 종료 후 지휘자의 인사말에 이어지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왈츠, 그리고 아버지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 행진곡’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제게는 어린 시절 보스코프스키의 우아한 바이올린 활 지휘와 함께 들려주었던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왈츠 ‘남국의 장미(Rosen aus dem S¨uden)’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유럽에서나 우리나라에서나 본격적인 추위는 1, 2월입니다. 그 황량하고 삭막한 시기가 시작되려는 시점에 꽃으로 장식된 빈 무지크페라인 홀 무대를 보며 듣는 ‘남국의 장미’ 왈츠라니! 곡은 꿈꾸는 듯이 온화한 관악기와 낮은 현의 도입부로 시작해서 꽃 한 송이씩 펼쳐 보이듯 전아하고 따뜻한 왈츠가 하나씩 등장합니다. 한겨울의 정점을 앞두고 꿈꾸는 봄의 느낌에는 확실히 남다른 데가 있습니다.

 이 곡은 빈 신년음악회에 곧잘 등장하는 인기곡이지만 아쉽게도 올해에는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최근에는 1998년, 2009년에 연주곡목에 오른 바 있군요. 인터넷에서도 지난 연주 실황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새해 첫 주, 국내외에 걸쳐 불안한 조짐도 많지만 이 곡을 비롯한 슈트라우스 가족의 왈츠와 함께 아름다운 봄과 새해를 꿈꾸어 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슈트라우스#왈츠#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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