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국내 미술관과 갤러리의 주요 전시 일정은 약속한 듯 하반기에 몰려 있다. 3∼6월 아트바젤 홍콩,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 5년제 전위미술제인 독일 카셀 도쿠멘타, 스위스 아트바젤 등 굵직한 국제 미술행사가 줄줄이 맞물리는 까닭이다. 국내 유명 작가와 갤러리도 때맞춰 유럽에서 전시를 열고 행사에 참여한다. 진작 출국 일정을 잡아둔 컬렉터와 미술 애호가들 역시 봄이 오기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 기간 국내에 머물 관람객의 허전한 상반기를 채울 기대주는 삼성미술관 리움이 4∼8월 여는 김환기 회고전이다. 김 화백은 2015년 10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4회 연속 경신하며 역대 작품 경매가 1∼5위(1위는 약 63억 원)를 차지한 현 시점 최고의 블루칩 작가다. 1960년대 이후 회화 22점을 모아 건 2015년 말 현대화랑 김환기 기획전과의 차별성에 대해 리움 관계자는 “초기작부터 말기 추상 점화까지 모든 시기의 대표작뿐 아니라 드로잉, 친필 서한, 사진 자료를 망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개관 18년 만에 대대적인 공간 리모델링 공사를 단행한 아트선재센터도 야심 찬 실험적 기획전 목록을 내놓았다. ‘삼성의 뜻은 죽음을 말하는 것이다’라는 도발적 제목의 비디오 설치 작품을 앞세운 웹 아티스트 듀오 ‘장영혜중공업’의 개인전(1∼3월)을 시작으로 사회비판적 주제를 견지해 온 사진작가 노순택의 신작 개인전(4∼7월), 국내 전시를 좀처럼 열지 않는 공간설치작가 구정아 씨의 개인전(8∼10월)이 이어진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4월 시작하는 ‘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전은 2015년 12월 취임한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이 처음으로 주도해 마련한 첫 전시 프로그램이다. 유럽 밖 콘텐츠를 통해 20세기 모더니즘 예술의 역사를 새롭게 조명한다는 취지의 기획전. 2015년 한국인 최초로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 은사자상을 수상한 임흥순 작가가 현장 진행형 프로젝트 작품을 공개할 ‘현대차 시리즈 2017’(11월) 외에는 구미 당기는 일정이 눈에 띄지 않는다. 한 달 전 마리 관장이 서울관 주요 전시로 발표한 ‘앤디 워홀’전(2월)은 일정이 불투명한 채로 잠정 보류됐다. 국현 관계자는 “보류 사유와 전시 일정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9월 초 열리는 국제건축연맹(UIA) 서울세계건축대회와 연계해 건축과 미술의 역학관계를 조명하는 현대건축기획전을 9∼11월 개최할 계획이다. 국현도 9월부터 ‘1990년대 이후의 한국건축운동’전을 연다.
9월 중국 상하이 유즈 미술관의 대규모 단색화 기획전을 후원하는 국제갤러리는 안규철(2월) 박찬경(5월) 작가를 국내 개인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갤러리현대는 전시공간을 텅 비워놓고 ‘바람’을 작품이라 일컫는 등 기발한 발상으로 주목받고 있는 영국의 스타 개념미술 작가 라이언 갠더의 국내 첫 개인전(3월)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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