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위 도매상 송인서적 부도… 출판계 신년 벽두부터 패닉

중소 출판사-서점 연쇄 부도 우려… 출판계 채권단 구성해 대책 논의

송인서적의 부도 소식이 전해지자 3일 경기 파주시 송인서적 사옥을 찾은 출판사 관계자 500여 명이 송인측의 설명을 듣고 있다. 송인은 청산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파주=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북센에 이어 국내 2위 출판 도매상인 송인서적이 부도를 내고 사업을 접기로 해 출판계가 신년 벽두부터 충격에 빠졌다. 송인서적은 2일 만기가 돌아온 어음 50억 원을 막지 못했다.

　송인서적은 “경영 악화로 회생이 불가해 청산 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송인서적은 전날 한국출판영업인협의회 홈페이지에도 “지난 몇 달간 취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최악의 상황은 면해보려 노력했으나 도저히 힘에 부쳐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피해액 규모는 출판사들은 470억 원, 서점들은 210억 원으로 알려졌다.

　1959년 송인서림으로 출발한 송인서적은 2000여 개 출판사와 거래하고 있다. 출판계에서는 불황이 장기간 지속된 데다 도매상끼리 출혈 경쟁이 심화되면서 송인이 버텨내지 못한 것으로 분석했다. 송인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부도가 났지만 정부가 500억 원을 긴급 지원하고 사장이 사재를 출연해 위기를 넘겼다. 출판사들도 손해를 떠안았다.

　송인이 청산에 들어가기로 함에 따라 중소형 출판사와 동네 서점들은 큰 타격이 예상돼 패닉에 빠졌다. 한 중소 출판사 대표는 “어음 3000만 원에, 책 대금 5000만 원까지 모두 8000만 원을 날리게 돼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 간다”고 호소했다. 송인은 오랜 기간 자금난을 겪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중소 출판사 대표는 “1억 원가량을 손해 보게 생겼다”면서 “출고한 책의 일부라도 회수할 수 있을지 불투명해 답답하기만 하다”며 발을 굴렀다.

　출판계에서는 송인 사태가 출판사와 서점의 연쇄 부도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출판 시장이 계속 위축돼 자금 운용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직격탄을 맞게 됐기 때문이다. 대형 출판사는 그나마 손해를 감수할 여력이 있지만 중소형 출판사와 소형 서점 가운데는 송인과 주로 거래한 곳이 많다.

　성의현 한국출판인회의 부회장은 “작은 서점 가운데서도 강원도, 전라도, 충청도 지역은 송인에 대한 의존도가 특히 높고, 1인 출판사 중 송인과 단독으로 거래해 온 곳이 수백 개나 돼 이들이 큰 타격을 받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송인 사태가 일반 독자에게 곧바로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출판사와 서점이 도미노 부도로 문을 닫으면 서점을 이용할 수 없게 되고 출간되는 책의 종류도 줄어들어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날 한국출판인회의와 한국서점조합연합회, 한국출판영업인협의회는 긴급회의를 열고 채권단을 구성해 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에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지만 실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권도연 문화체육관광부 출판인쇄산업과장은 “출판계와 논의해 어떤 방식으로 지원을 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