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역대 국수전 우승 결정국… 계산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6일 03시 00분


○ 홍기표 4단 ● 이창호 9단
53기 결승 4국 11보(116∼130)

 백 16은 마지막 승부수. 상변 흑 집을 깨지 않으면 10집 이상 큰 차이가 난다. 참고도 백 1로 보강하는 것이 평상시에는 두터운 수지만 흑 2로 지키면 집의 균형을 도저히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백은 22로 몰아 패를 유도한다. 패를 내야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창호 9단은 여기서 생각을 가다듬는다. 전보 중앙에서 약간의 실패를 맛보았지만 여전히 흑이 우세한 상황. 그는 다시 한번 정밀하게 계가해 보고, 패를 했을 때와 안 했을 때의 결과를 비교해 본다. 전체 판에서 흑의 약점이 어디 있는지도 체크해 본다.

 이 같은 시간을 벌기 위해 흑 23, 25, 27 등 팻감으로 쓸 수 있는 수를 소모한다. 이 9단은 지금은 팻감을 아끼는 것보단 정확한 형세 판단이 중요하다고 본 것. 이윽고 이 9단은 결단을 내린다. 패를 하지 않고 흑 29(16의 곳)로 패를 이어 버린다. 물론 백 30으로 흑 한 점이 잡혀 상변 흑 진이 깨지지만 이렇게 변화를 없애는 걸로 충분하다는 뜻이다.

 바둑계에선 이를 ‘계산서’가 나왔다고 한다. 특히 신산(神算) 이 9단의 계산서니까 믿을 만하다. 그럼 백이 역전시킬 만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일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바둑#서정보#국수전#결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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