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한파’ ‘역대급 신인’…. 인터넷상에 떠돌던 정체불명의 낱말 ‘역대급’이 유행하고 있다. 거의 모든 최상급에 가져다 쓸 정도다. 게다가 ‘어떤 것보다 최고 또는 최악’이라는 긍정과 부정, 모두에 쓴다. 마치 부정적인 서술어에만 쓸 수 있던 ‘너무’를 긍정적인 의미로도 쓸 수 있게 된 것과 닮았다.
역대(歷代)는 ‘대대로 이어 내려온 여러 대 또는 그동안’을 뜻한다. 그리고 ‘급(級)’은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에 준하는’의 뜻을 더하는 말이다. 말법대로라면 부장급처럼 써야 하는 ‘급’을 역대에 붙일 순 없다. ‘역대 최고급’을 역대급으로 줄인 꼴이니. ‘역대 최악의 폭염’ ‘역대 최고의 신인’처럼 써야 옳다. 굳이 ‘급’을 붙이고 싶다면 ‘역대 최고 수준급 경기’처럼 쓰면 된다.
하지만 어쩌랴. 말의 주인은 언중이다. 역대급이라는 낱말이 생명력을 유지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온라인 국어사전인 우리말샘엔 역대급이 표제어로 올라 있다.
‘폄하(貶下)하다’는 역대급과 정반대다. 신문 방송이 일상생활에서 거의 쓰이지 않던 한자말을 의미를 약간 변형시켜 퍼뜨린 경우다. 이 낱말은 본래 ‘치적이 좋지 못한 수령을 하등으로 깎아내리는 일’을 뜻했다. 즉, 벼슬을 깎는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언론이 줄기차게 이 낱말을 ‘깎아내린다’는 뜻으로 사용함으로써 언중도 따라 쓰기 시작했다. 마침내 표준국어대사전은 ‘가치를 깎아내림’이라는 뜻을 덧붙였다.
‘폄(貶)’은 ‘남을 나쁘게 말함’이고, ‘폄훼(貶毁)’는 ‘남을 깎아내려 헐뜯음’을 뜻한다. 그러니까 그냥 깎아내리는 것은 ‘폄하다’로, 깎아내리면서 헐뜯기까지 한다면 ‘폄훼하다’를 쓰면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폄하하다 폄훼하다 같은 어려운 한자어 말고 ‘깎아내리다’처럼 쉬운 말을 입길에 올리는 것이다. ‘인격이나 권위 따위를 헐뜯어서 떨어지게 하다’라는 뜻이니 딱 들어맞는다.
또 잘못 쓰기 쉬운 한자말로 ‘민폐(民弊)’가 있다. ‘본의 아니게 민폐를 끼쳤습니다’라고 할 때의 민폐 말이다. 민폐는 ‘공무원이 민간에 끼치는 폐해’다. 그러므로 공무원이 아닌 사람은 민폐를 끼친다고 할 수 없다. ‘폐를 끼쳤다’ ‘폐가 많았다’고 해야 옳다. 공인은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흔히 관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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