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역대 국수전 우승 결정국… 배짱 좋은 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3일 03시 00분


○ 이세돌 9단 ● 목진석 9단
52기 도전 4국 3보(25∼34)

 백 ○로 본격적인 중앙 전투가 시작됐다. 적당히 타협하는 법이 없는 두 기사의 기질상 어느 한쪽이 부러져야 이 싸움이 끝날 것이다. 흑 25, 백 26은 서로 힘을 비축하는 과정. 목진석 9단은 바로 흑 27로 쳐들어가 전선을 넓힌다. 이세돌 9단은 백 28로 귀를 지키는 배짱을 보인다. 가드를 내리고 흑에게 ‘들어오라’고 도발하는 양상이다. 백이 중앙을 보강하려 했다면 참고도 정도. 이건 흑이 실속을 차리는 반면 백은 껍데기만 가지는 셈이다. 이세돌 9단에게는 있을 수 없는 그림.

 백 28의 도발에 흑도 참지 않는다. 흑 29가 평범한 한 칸 뜀 같지만 중앙 백에 대한 가장 강력한 압박이다. 백도 그걸 잘 알기에 백 30으로 중앙 백을 돌본다.

 이제 고작 일합을 겨뤘을 뿐인데 반상엔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곧 무엇인가 큰판이 벌어질 것 같은 분위기다.

 목 9단은 흑 33으로 백의 근거를 파헤치며 기선을 제압하고자 한다. 웬만한 기사라면 우상 백을 보강할 것 같은데 이 9단은 거꾸로 강수를 터뜨린다. 백 34는 위아래 흑을 양분하는 수. 흑으로선 어이가 없다. 수비해야 할 시점에서 공격이라니. 목 9단도 가만히 받아 줄 기풍이 아니다. 드디어 2라운드가 시작됐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바둑#서정보#국수전#결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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