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서울!/조현일]제주에 가족이 머물 땅을 구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4일 03시 00분


 제주에 내려와 전입신고를 하고, 제주로 찍힌 신분증을 받았다. 하지만 서류상 제주도민일 뿐 가족이 터를 잡고 머물 땅이 없던 우리는 현지인 눈으로 보면 언제 떠날지 모르는 객이었다. 그래서 제주에 뿌리를 내릴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 몇 개월을 동분서주했다.

 수없이 땅을 보았고 마음에 드는 곳도 있었지만 인연이 닿지는 못했다. 땅은 임자가 있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인연이 있는 땅을 오래 기다렸는데, 뜻하지 않은 경우로 우리 가족의 터전을 마련하게 됐다.

 도로에 길게 물려 있는 800여 평 직사각형 땅에 잡목과 수풀이 우거져 있고 도로보다 낮았지만 정리와 평탄화가 이루어진다면 괜찮은 생김새였다. 큰 도로에 벚꽃이 피고, 옆 땅엔 심어 놓은 청보리의 녹색 빛이 더 정감 있었다. 우리 땅 위의 돌 하나 풀 한 포기도 의미가 있었다. 돌담도 아내와 하나하나 쌓아 올렸다. 이제 이 땅에 어떤 그림을 그릴지에 대한 숙제가 생겼다. 상의 끝에 우리 가족이 살 집과 렌트하우스를 할 4동을 추가로 짓기로 하였다. 총 5동을 내가 직접 설계하고 짓기 위해 또 준비에 들어갔다. 기초와 설비부터 직접 해야 하기 때문에 전기·설비학원을 다니고 혼자 집 짓는 형님들의 현장에 나가 품앗이를 했다. 이렇게 우리 가족 손으로 직접 지은 지 1년이 됐다.

 제주에 땅을 구하려는 독자를 위해 몇 가지 조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투기가 아닌 터전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면 땅은 반드시 살면서 찾아라. 요즘 제주 땅은 가격도 비싸지만 괜찮은 매물이 별로 없다. 괜찮은 매물이란 제주 땅 오름세의 거품에 편승하지 않은 적당한 가격과 건축하기 수월한 땅을 말한다. 서울에서 부동산에 나온 매물을 위성사진만 보고 고르는 사람보다는 확실히 괜찮은 땅을 만날 기회가 많다.

 둘째, 반듯한 땅만 고집하지 마라. 우리가 구입한 땅도 잡목과 수풀로 지저분하고 매립을 하여 성토를 해야 했지만 그 후의 모습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새벽 아침 점심 저녁때에 땅을 찾아 가라. 낮엔 괜찮았는데 땅을 매입하고 새벽녘에 가축분뇨 냄새로 산 가격보다 싸게 내놓았던 지인이 있다. 시간별로 냄새와 차량 진출입 등도 확인해야 한다.

 넷째, 주인 없는 묘지는 안고 살아야 한다. 제주엔 밭 한가운데에도 묘가 덩그러니 있다. 한쪽 구석이 약간 볼록해도 묘를 의심하고 묘적계를 확인해야 한다. 다섯째, 마음에 드는 땅은 건축이 가능한지 해당 면사무소에서 확인해야 한다. 시골일수록 읍면사무소 재량권이 강하다. 지번만 알려주면 건축이 가능한지, 수도 전기 등 기반시설 비용도 대략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웃과 소통해야 한다. 적당한 가격에 괜찮은 땅은 이웃에게서 나온다.

―조현일

※필자(41)는 서울, 인천에서 입시학원을 운영하다 2년 전 제주로 이주해 여행 숙박 관련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주#제주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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