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 성공한 인물들에게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역경의 인생사다. 잠을 이겨내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마치 성공의 방정식처럼 받아들여진다. 야근을 넘어 밤샘 근무하는 것이 미덕처럼 여겨지는 것이 현실이다. ‘잠’은 부차적인 존재 혹은 극복해야 할 대상쯤으로 치부된다. 그 탓에 많은 사람들이 잠을 자지 못해 고통 받고 있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불면의 사회’ 모습이다.
작가이자 비디오 아티스트인 저자는 불면과 함께한 40여 년 인생을 풀어낸다. 그는 학창 시절 일주일에 3시간만 수면에 들었던 적도 있었다. 명문대 입학과 우수한 성적이라는 선물은 보너스였다. 그렇게 성공하고 있다고 그는 자부했다.
그러나 불면의 대가는 컸다. 밤이 오는 것이 두려웠고, 침대에서 뒤척거리는 시간이 공포로 다가왔다. 약물 중독과 하지불안증후군이라는 동반자가 생겼다. 잠에 대한 간절함은 시간이 갈수록 커졌다.
저자뿐 아니다. 불면을 호소하는 이들이 너무 많다. 문제는 “불면이 대수냐. 그 시간에 일을 더 해라”라고 몰아치는 사회 분위기다. ‘사회적 유능함은 수면 시간에 반비례한다’는 신화가 국경을 초월해 어느 사회에서든 뿌리내리고 있다.
저자는 몸이 버티지 못하듯 사회 역시 휴식 없이는 지속될 수 없다고 경고한다. 단기적인 수익을 위해 잠을 포기하고 ‘효율성’을 짜내지만 장기적으로는 손해를 보는 구조다. 지쳐버린 육체와 몽롱한 정신으로는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잠이 보약입니다’라는 오래된 광고 카피를 새삼 떠올리게 만드는 책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