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누가 착한지 나쁜지 ‘그분’은 알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1일 03시 00분


◇구멍집/조성국 시·배중열 그림/92쪽·1만500원·문학동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고, 지켜주고 있다는 커다란 삶의 원칙을 말하는 동시집입니다. 그 ‘누군가’는 사람에 따라 자신이 믿는 신일 수도 있고, 거인의 눈일 수도 있고, 어떤 자연이기도 합니다. 문학적으로 표현하자면 인간 DNA에 각인된 오래된 믿음이라 말할 수 있죠. 이 믿음으로 인간은 지금까지 문명을 지탱해오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원칙을 시인은 아이들에게 쉽게 전달합니다.

 “살금살금/몰래 숨어 들어가/초콜릿 과자 봉지를/얼른 훔쳐/가게 문/뛰쳐나올라치면/구멍가게 할머니는/내다보지도 않고 이랬다/나중에 꼭/돈 가져오너라!”(‘구멍가게 할머니’)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을 법한 경험이지요. 구멍가게 할머니가 ‘내다보지도 않는다’는 게 포인트입니다. 네가 하는 짓쯤 내가 다 알고 있다, 모른 척할 테니 맛있게 먹어라, 그리고 나중에는 어떤 방법으로든 갚아라, 사람 사는 게 그런 거다, 뭐 이런 이야기입니다. 할아버지 아니고 할머니인 것도 의미심장합니다. 모든 것을 보듬어 안는 여성적인 질서에 대한 그리움입니다.

 길가에서 오줌 누는 엄마를 망보는 아이의 불도그 같은 얼굴을 그린 ‘망’이나, 건망증 덕에 본의 아니게 상수리 숲을 만들게 된 다람쥐 이야기인 ‘다람쥐와 상수리’ 등, 한 편의 시 뒤로 풍부한 이야기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통계를 내 보면 동시집은 2015년에 비해 2016년에 거의 두 배인 170여 권이 나왔습니다. 주목할 만한 작품도 많습니다. 현재 어린이 문학은 동화보다 동시가 선두에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 신화적 상상력이 우리를 설레게 하는 이 책에 또 한 번 주목하게 됩니다.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
#구멍집#조성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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