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은 아프리카인들이 선천적으로 열등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수백 년 동안 노예로 살았겠습니까?”
2009년 독일 바이로이트 시. 30대 백인 남성이 70대 흑인에게 폭언을 내뱉었다. 이 말을 들은 주인공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이자 미국 하버드대와 영국 옥스퍼드대 등에서 교수로 재직한 나이지리아 출신 월레 소잉카였다. 당시 소잉카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 남성의 입으로 분출됐지만 실은 전 세계 수억 명이 공유하는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백 년간 노예 수출 창고로 여겨졌고 독립 이후 백인 지배자보다 더 가혹한 흑인 독재자들로 인해 황폐화한 아프리카. 소잉카는 이 책에서 아프리카가 절망의 대륙으로 전락해 버린 원인을 추적한다. 저자가 찾아낸 원인은 서구 이데올로기의 유산이다. 역사성을 무시한 자의적인 국경, 기독교와 이슬람교 등 이분법적 세계관을 강조하는 종교까지. 서구 중심의 헤게모니가 지속되는 한 아프리카는 절망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아프리카의 토속 신앙에서 대안을 찾았다. 오리사교로 대표되는 아프리카의 토속신앙은 대부분 선악 논리가 없다. 타협과 공존, 수용 등 인간적인 가치를 중시한다.
소잉카는 올해 1월 1일 20년 넘게 살아오던 미국의 영주권을 포기했다. 인종차별주의자임을 공공연히 밝히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발표하는 등 한동안 잠잠했던 인종 갈등을 다시 촉발시키고 있다. “‘아프리카 정신’이 미래 인류에게 가장 필요한 자산”이라는 저자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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