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나 판타지소설이 아니다. 진짜 ‘염소가 된 인간’ 얘기다. 염소의 마음을 알고자 동물행동학자, 신경과학자를 만났고, 수의사와 의수족 제작자를 만나 염소의 외골격을 만들어 장착했다. 그리고 알프스 산맥을 누비는 염소 떼에게 뛰어들었다.
주인공은 영국의 디자이너 토머스 트웨이츠. 서문에선 “일주일 동안 조카의 개를 돌봐주고 있다. 직업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스스로를 한심한 듯 묘사했지만, 실은 주목받는 디자이너다. 영국왕립예술대에서 공부하고, 주방기기 토스터를 재료 채취부터 시작해 전 부품을 맨손으로 만든 ‘토스터 프로젝트’로 화제가 됐다. 촉망받는 예술가이지만 실은 근심, 걱정, 스트레스로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인생(人生)을 벗어나기로 결심한다. 인간의 삶이 아니라 염소의 삶을 살아보기로.
인공 다리와 헬멧, 흉부 보호대, 엄마가 만들어준 방수 코트, 풀을 소화시킬 수 있는 인공 반추위까지 갖췄다. 푸른 벌판에서 여기저기 다니면서 풀을 뜯는 염소 떼와 어울려 지냈다. 염소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염소가 자신을 어떻게 볼지 고민하면서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됐다. 그러다가 ‘네 발’로 알프스를 넘는 모험도 하기로 결심한다.
분명 어이없고 황당하다. 문장이 구어(口語)에 가까워 무겁지 않아 보이고 코믹함이 넘친다. 그런데 읽다 보면 짠하다. 단순한 인생의 맛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를, 자연과 가까운 삶으로 살아가는 희열이 어떤 것인지를 저자는 기이한 방식으로 알려준다. 저자의 실험은 2016년, 노벨상을 패러디한 이색적인 연구에 주는 이그노벨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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