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를 보면 알파고가 얼마나 ‘어깨 짚기’를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그동안 3선에서 주로 써 온 ‘어깨 짚기’를 5, 6선에서도 과감하게 쓰는 건 알파고가 선사하는 새로운 세계다.
박정환 9단은 백 ○에 대한 응수를 차분히 생각하고 싶지만 초읽기 속에서 수읽기를 할 여유가 없다. 일단 흑 35로 좌변을 지키는 안전책을 썼다. 이어 백 36 때 흑은 참고도 1을 선수하고 3으로 둬 좌변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백 ‘가’가 있어 흑의 실리는 가치가 높지 않다. 오히려 중앙 백이 매우 두터워져 백에게 좋은 흐름이다. 알파고가 백 ○와 같은 어깨 짚기를 자주 쓰는 것은 그만큼 실리보단 중앙을 중시한다는 의미가 있다. 그동안 인간 최고수들은 중앙의 가치 계산이 쉽지 않다고 보고 가급적 초반에는 중앙을 피했다. 하지만 알파고는 그 가치를 숫자로 계산하고 있는 것이다.
흑 37로 밀어간 것은 중앙 견제용. 여기서 백 38로 또 한 번 어깨를 짚어가며 흑보다 한 발씩 앞서 가는 느낌이다.
백 44까지 백이 여전히 두텁다. 박 9단이 특별한 실수를 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덧 백이 유리하다고 느껴지는 상황이다. 박 9단으로선 답답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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