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카니발의 달 2월, 화려한 순간을 표현한 곡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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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열린 베네치아 카니발. 동아일보DB
1997년 열린 베네치아 카니발. 동아일보DB
위도가 높은 유럽의 겨울은 낮이 매우 짧습니다. 오후가 되는가 싶다가는 금방 사방이 어두워져 버리죠. 이 ‘어두운 시기’를 유럽인들은 다양한 사교 모임과 축제로 이겨냅니다. 핼러윈과 긴 크리스마스 시즌, 2월의 카니발(사육제)을 지내면서 이들은 나름대로 우울함을 이겨낼 동력을 얻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여러 서양 겨울축제가 들어왔지만 유독 카니발은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 듯합니다. 카니발은 사순절(四旬節) 기간에 들어가기 직전 진탕 마시고 노는 축제입니다. 사순절이란 부활절에 이르기까지 예수가 고난을 당한 40일간의 기간을 뜻하죠. 이 기간에 육식과 향락을 금하기 때문에 미리 잘 먹고 놀아두는 전통이 생긴 것입니다.

사순절의 기준이 되는 부활절이 매년 다르기에 카니발 기간도 매년 일정치 않으며 지역에 따라서도 날짜에 차이가 있습니다. 유명한 ‘베네치아 카니발’의 경우 올해는 이달 11일에 시작합니다. 마지막 주말 산마르코 광장에서 펼쳐지는 가면 경연대회는 베네치아의 대표 상징 중 하나입니다.

카니발을 소재로 한 음악 작품도 많죠. 예전 이 코너에서 소개한 일이 있는 ‘베네치아의 카니발’ 노래에 의한 수많은 변주곡이 있고요, 슈만의 피아노곡인 ‘카니발(사육제)’도 있습니다. 모두 21곡의 소품을 묶은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데, 카니발을 직접 묘사한 것은 아니며 마치 카니발과 같이 화려한 환상들을 펼쳐놓는다는 뜻에서 붙인 제목입니다.

9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홀에서 열리는 이진상 피아노 리사이틀에서 이 ‘카니발’을 비롯한 슈만과 브람스의 피아노곡들이 연주됩니다. 슈만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경험한 카니발을 묘사한 소품집 ‘빈 카니발의 어릿광대’를 쓰기도 했습니다.

베를리오즈의 ‘로마의 카니발’ 서곡은 작곡가가 로마에서 겪은 광란적인 축제 분위기를 떠들썩하게 묘사했습니다. 드보르자크도 고향 체코의 카니발 풍경을 묘사한 ‘카니발’ 서곡을 쓴 바 있죠. 멘델스존은 교향곡 4번 ‘이탈리아’ 마지막 악장에서 떠들썩한 살타렐로 리듬을 사용해 이탈리아의 카니발 풍경을 담았습니다. 차이콥스키 ‘이탈리아 광시곡’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살타렐로 역시 이런 카니발 장면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카니발#서양 겨울축제#사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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