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에 알파고는 백 58로 받았다. 인간끼리의 바둑이었으면 침착한 정수라고 할 텐데 알파고에겐 ‘침착’이란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다. 알파고에게 백 58은 아마 승률을 떨어뜨리지 않는 수였을 것이다.
박정환 9단은 흑 61로 귀에 침입해 모처럼 알파고의 약점을 찔러 간다. 그러나 알파고는 백 62로 빈틈을 보이지 않는다. 이 수로 그냥 68의 곳에 잇는 것은 실리로 손해. 흑은 63, 65로 선수로 이득을 보는 정도다.
선수를 잡은 박 9단은 반상을 휘휘 둘러보다가 초읽기에 몰려 황급히 흑 69를 놓았다. 중앙에서 상변으로 이어지는 백의 두터움을 견제하며 흑의 모양을 넓히는 일석이조의 수. 그래서 박 9단이 선택한 것인데 백 70이 떨어지자 흑 69가 옳았는지 회의가 인다. 흑 69가 큰지, 아니면 백 70을 예방하기 위해 귀를 지키는 게 큰지를 확인하려면 박 9단 같은 정상급 기사라도 최소 5분은 써야 한다. 그러나 알파고는 7, 8초 만에 모든 계산을 끝낸다. 이 바둑 같은 초속기에선 인간이 알파고의 계산력을 감당해낼 수 없는 것이다. 백 70을 빼앗기자 실리의 균형이 흑 쪽으로 기우는 느낌이다. 백 72가 좋은 행마. 참고도 흑 1로 잡으러 가도 백 4까지 쉽게 산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