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이었던 어느 날 꽃 자수가 놓인 니트를 입고 학교를 갔다. “할머니 옷 입고 나왔네?” 일관된 촌스럽다는 반응. 이후 그 옷은 옷장 속 깊숙한 곳에서 ‘영면’을 취했다.
몇 년간 세계적 패션 브랜드 구치는 외면받아 왔다. 오죽했으면 구치를 사랑한 세계적인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구치 가방을 들고 나오면 팬들은 “구치는 제발 이제 그만”이라고 했을까.
패션 업계에서 고루한 이미지로 여겨졌던 구치가 지난해부터 달라졌다. 파격적인 프린트와 자수로 변화를 꾀했다(사진). 꽃, 호랑이, 뱀, 벌 등을 가방, 옷, 신발 등에 화려하게 펼쳐 놓았다. 덕분에 구치는 지난해 매출이 17% 올랐고, 주가도 50% 넘게 상승했다. 인기 연예인, 영화배우들은 물론이고 패션을 좀 안다는 사람들이 구치를 다시 찾고 있다.
구치의 성공에 다른 브랜드들도 동물, 곤충 프린트 또는 자수가 놓인 아이템을 선보이고 있다. 올봄 거리는 동물원, 식물원이 될지도 모르겠다. 뒤늦게 옷장을 뒤져 본다. “아! 어머니가 입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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