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국이 끝난 뒤 박정환 9단의 뇌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 의문이었다. 그가 아무리 수순을 되짚어 봐도 딱히 잘못 뒀다고 할 만한 수가 없었다. 약간 아쉬운 수가 있었지만 그저 느낌일 뿐이지 ‘실수’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만 놀란 적은 있었다. 알파고가 둔 백 10과 34. 예상하기 힘든 어깨 짚기였다. 초반에 이런 형태에서 어깨 짚기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것인데 묘하게도 흑의 행마를 둔하게 했다. 그렇지만 역시 그뿐이었다. 흑의 행마가 꼬이거나 하진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백 56까지 어느덧 백이 두터운 형세가 됐다.
박 9단이 유일하게 후회했다면 흑 69. 그 대신 참고도 흑 1 혹은 인근에 둬 귀를 지켰어야 하지 않았을까. 물론 이것은 결과론이다. 백 70으로 귀를 빼앗긴 뒤에는 도무지 승부를 걸어볼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오랜 시간을 들여 계산했다면 귀를 지켜야 했다는 결론을 냈을지 모른다. 하지만 어떻게 흑 69를 외면하랴. 백 두터움을 지우며 흑 상변을 키우는 수인데.
제한시간 1분, 30초 초읽기 5번의 초속기 바둑에서 알파고가 얼마나 뛰어난 계산력을 갖고 있는지 보여준 한판이었다. 150수 백 불계승.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