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간식은?
“간식? 밥도 잘 안 나오는데…” 10명중 9명은 구경조차 못해
비무장지대 병사 잠복 나갈때면 2명당 1봉지 건빵 나눠 받아
“간식요? 밥도 없어 영양실조 환자가 속출하는데, 무슨 간식 같은 소릴….”
북한군 경험이 있는 탈북민에게 “북한군에서 간식을 먹어본 적 있느냐”고 물으면 열에 아홉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그도 그럴 것이 북한군은 오래전부터 간식을 줘본 일이 없다. 다만 아주 극소수 특수 병종(병과)은 지금도 간식을 받는다.
비행사와 잠수함 승조원은 북한에서 최고 간식을 받는 병종이다. 이들은 평소 영양공급용으로 육류, 계란, 기름을 특별 공급받는 것 외에 초콜릿을 간식으로 받는다. 단, 초콜릿은 출격이나 잠항하는 날에만 졸지 말라고 지급받는다. 북한 내부 비공개 문서에 따르면 김정은은 2012년 한 공군 부대를 시찰하다 “초콜릿을 유통기한이 지나도록 쌓아두고 있다”고 질책하기도 했다. 이에 현지 지휘관들은 “출격하는 날엔 줘야 하는데, 초콜릿이 항상 공급되는 것이 아니라 보관해 둘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식을 받는 둘째 병종은 군사분계선(MDL) 비무장지대를 지키는 민사행정경찰(민경)과 제1제대 군인들이다. 이들은 잠복근무 나가는 날 건빵 200g과 박하사탕 5, 6개가 들어 있는 ‘잠복간식’을 받는다. 민경 1개 소대는 약 40명인데, 하룻밤에 근무 나가는 인원은 9∼12명뿐이라 보통 3, 4일에 한 번씩 건빵 봉지를 받는 셈이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민경에서 근무했던 주승현 박사는 “잠복근무 나가는 날도 소대장, 분대장 등이 몇 개씩 챙겨 가기 때문에 2명이 한 봉지를 나눠 받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북한은 2000년대 초반 “건빵 안에 박하사탕이 들어간 것은 (김정은의 어머니인) 고용희의 배려 때문”이라고 선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희가 군인들이 졸지 않게 박하사탕을 건빵 안에 넣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것. 건빵 안에 박하사탕이 들어간 것은 1998년 때부터로 알려졌다.
한국의 특전사, 해병대, 공수부대 격이라고 볼 수 있는 북한 경보병, 해상육전대, 공군육전대 등 특수병종 역시 1년에 몇 차례 있는 정례 훈련 기간엔 건빵을 공급받는다. 그러나 해당 직종에 근무했던 탈북민들은 “그것도 위에서 다 떼먹고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외 북한군 병사들은 간식을 구경해 본 적이 없다. 북한군이 전군에 간식을 공급했던 시절은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0, 70년대 김일성 경호를 맡은 호위국에서 복무했던 장해성 작가는 “1960년대만 해도 담배를 피우지 않는 병사에겐 월 1통씩 사탕이 공급됐는데, 1970년대 들어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1968년 김창봉 인민무력부장 등 군부 제일주의를 주장하던 장성들이 반당반혁명분자로 대거 숙청되면서 북한군에 대한 공급도 열악해진 것이다.
북한군 대위 출신의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1980년대 말까진 전투식량으로 비축하고 있는 건빵을 2년에 한 번씩 교체했는데, 이때 유통기한이 지난 건빵이 일부 흘러나왔다”고 기억했다. 그러나 그마저도 고위 간부들이 다 빼돌리고 대위급도 몇 봉지 구경하기 힘든 실정이었다고 한다.
1990년대 북한군 간호장교로 근무했던 이순실 씨는 “힘든 훈련 나갈 때 가끔 부대별로 능력껏 옥수수나 콩을 볶아서 갖고 가는데, 볶은 옥수수나 콩이 군인들이 아는 유일한 간식이었다”고 말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주민의 생활형편은 좀 나아졌지만 군 보급은 여전히 열악하다. 북한에서 선호되는 국경경비대조차 최근 1인당 식량 300g밖에 공급받지 못하고, 부식물은커녕 소금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간식은 군인들에게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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