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나를 찾아서]대자연을 가슴에 품다, 알래스카 크루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0일 03시 00분


하나투어



하루 3끼니 무한대로 제공되는 식사를 즐기며 창 밖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드디어 닻이 올라가고 배는 출항했다. 멀어져 가는 시애틀의 스페이스 니들 타워와 항구 풍경을 바라보며 배 꼭대기 층에 자리하고 있는 야외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겼다. 하늘과 바다만이 맞닿은 배 위에서의 수영이라니! 그 어느 수영장보다 짜릿한 장소임이 분명했다. 룸으로 들어가니 내일 진행될 다양한 프로그램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배달되어 왔다. 룸 안에서 혹시나 지루해할 고객을 배려해서인지 일용할 간식이 될 초콜릿과 과일과 함께 말이다. 참여하고픈 프로그램에 표시를 해두곤 배 안 구석구석을 다니며 시설을 이용해보기 시작했다. 피트니스 클럽에서 바다를 보며 운동을 즐기거나,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바라보며 책을 읽는 것도 좋았고, 카지노에 들러 잠시 갬블러의 시간을 체험하는 것도 즐거웠다. 출출하다 싶으면 핫도그와 햄버거로 간식을 즐기며 갤러리를 구경하거나 댄스 경연대회에 참여해 신나는 리듬을 즐겼다. 그리고 매일 밤이면 크루들이 펼치는 화려한 공연과 쇼를 관람하는 재미까지! 이 모든 것이 내가 선택하든 안 하든 내게 주어지는 자유의 시간이라니, 이보다 더한 호사가 있을까?

크루즈 여행의 최고 매력이라면, 캐리어를 들고 이동하면서 매일 짐을 쌌다 푸는 과정을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일 것이다. 실제로 크루즈선에 머무는 내내 첫날 풀었던 짐을 건들지 않고 1주일을 지내보니 그 편리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자고 일어나면 다른 도시로 이동해 있어 눈을 뜰 때마다 설레며 창 밖을 보던 그 순간의 짜릿함은 그 어느 여행과도 비교가 되지 않았다.



하루는 알래스카 주의 주도인 주노에 가서 빙하를 직접 만져보고, 또 하루는 알래스카 남동쪽에 위치한 작은 항구도시 케치칸에 들러 아름다운 수상 가옥과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힘찬 연어 떼를 실컷 감상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 문의 02-2127-1234, lovetheme.hanatour.com

한국에서는 귀하고도 비싼 연어 통조림 쇼핑과 함께 말이다. 알래스카가 러시아 땅이었던 시절 주도였던 싯카는 또 얼마나 평화롭고 아름답던지. 알래스카 태평양 연안의 교역 중심지로 원주민인 틀링킷족과 러시아 문화가 공존하는 독특한 도시라 그런지 숲과 바다, 항구, 활화산이 그림처럼 어우러진 곳이었다. 통가스 국립삼림지역을 걸으며 현지 전문 가이드와 걸었던 숲길과 그 향긋하던 나무 내음은 지금도 선명히 떠오른다. 배는 잠시 미국 땅을 떠나 옆 나라인 캐나다에 들르기도 하는데 빅토리아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관광지이자 전 세계 최고의 아름다운 정원으로 손꼽히는 부차드 가든에 들러 꽃 향기에 취해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알래스카 크루즈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글래이셔베이 국립공원이다. 1992년 알래스카에서 유일하게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록된 곳으로서 1만3000㎢ 넓이를 자랑하는 거대한 빙하국립공원이다. 배로만 오로지 접근이 가능하고, 자연보호를 위해 하루 36대의 배만 출입이 가능한 이곳은 단위 면적당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빙하가 몰려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국립공원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다양한 피오르드와 빙하가 녹아 흐르는 물 색깔이 에메랄드 빛을 띠고 있어 누구든 보자마자 감탄을 터뜨린다. 실제로 배가 이곳에 도착하면 빙하 바로 앞에서 한참의 시간이 주어지고 선내에서는 끊임없이 안내 방송이 나온다. 지금 지구상 최고의 멋진 경치를 감상하실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니 룸에 있지 말고 얼른 밖으로 나와 빙하 구경을 즐기라는 뜻이다. 이 거대한 크루즈선 안에 있는 승객들이 모두 9층까지 흩어져 저마다 빙하가 잘 보이는 장소를 찾아 바로 눈앞에서 이 거대한 ‘빙하의 숲’을 감상한다. 야외덱 한 편에는 와인과 치즈가 준비되어 있어 보는 이들의 미소를 자아낸다. 저마다 건배를 하며 아름다운 빙하 감상에 취하고, 와인에 취하는 이 황홀한 상태야말로 알래스카 크루즈 안에서만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사치일 것이다. 선내 어디에서도 휠체어가 이동하는 데 전혀 불편함 없이 설계되어 있으므로 거동이 불편한 가족과 여행을 계획한다면 크루즈 여행을 강력히 추천한다.

황효진 기자 herald99@donga.com
#하나투어#크루즈#알래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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