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은 이기심과 이타심을 씨실과 날실로 삼아 ‘도시’라는 직물을 짰다.―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찰스 몽고메리·미디어윌·2014년) 》
지난해 가을 A는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선언했다. 이유를 묻자 “서울살이에 지쳤다”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직장 생활 초기엔 월급의 3분의 1이나 되는 월세가 어깨를 짓눌렀다. 돈을 모으려고 서울 외곽으로 방을 옮기니 왕복 3시간의 출퇴근이 버거웠다. 친구나 이웃을 만날 시간도, 기회도 없었다. 의지할 곳 하나 없는 서울은 그에서 차가운 도시였다.
A가 서울에 머문 14년 동안 받은 상처는 생각보다 컸다. 그는 “살아남기가 목표인 도시에서 결혼이나 내 집 마련은 ‘사치스러운 꿈’이었다”고도 했다. “어렵게 들어간 회사를 그만두면 부모님의 실망이 클 텐데”라는 설득으로 그의 발걸음을 되돌리긴 어려웠다.
한동안 A가 잊혀지지 않았다. 그에게서 불과 몇 해 전 내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취업준비생 시절,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면 서울은 높고 험한 산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서울을 오른다”는 말을 자주 내뱉곤 했다. 텅 빈 지하철에서도 숨이 턱 막히는 때가 있었다. 나와 지인들은 이를 ‘서울 고산병’이라고 불렀다.
최근 들어 A처럼 서울을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에만 14만 명이 서울을 등졌다. 이 책을 펼친 것도 그래서였다. 서울을 떠나는 이들의 근본 원인과 해법을 찾고 싶어서였다.
저자는 사람들이 도시에서 상처받는 건 이기심과 이타심으로 이뤄진 ‘도시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도시가 끌어들인 사람과 자원을 이기적인 용도로만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결과 나타난 현상 가운데 하나가 ‘수준이 다른 이웃과 섞이면 위험하다’는 공포심이다. 이는 개인을 철저히 고립시키는 형태의 건축물 위주로 도시가 만들어지는 이유가 됐다.
6·25전쟁의 폐허 더미에서 한국은 도시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해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놓친 것들도 적잖다. 이젠 그런 것들에 눈을 돌려야 한다. 이기심과 이타심의 균형이 무너진 도시를 ‘치료’하는 일도 그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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