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놀이라고 생각하니까 즐거웠고 그러다 보니 언제부턴가 내가 느끼는 감정에 확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에게 자신감이 붙으면서 평가도 좋아졌다.”
배우 김민희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일취월장한 연기 실력의 비결로 ‘재미’를 꼽았다. 그러나 김민희는 처음부터 주목받던 연기자는 아니었다.
고등학교 시절, 눈에 띄는 동양적인 외모로 거리에서 캐스팅돼 패션잡지 모델로 데뷔한 김민희는 1999년 KBS 청소년 드라마 ‘학교2’에서 일진 여학생 역할로 연기를 시작했다. 이후 ‘순애보’(2000년)를 통해 스크린에도 진출했지만 줄곧 연기력 논란에 시달렸다.
혹평은 오래가지 않았다. 2006년 KBS2 드라마 ‘굿바이 솔로’에서 성숙한 연기를 선보이며 재평가되기 시작했다. 이후 권칠인 감독의 ‘뜨거운 것이 좋아’(2008년)를 거쳐 2012년 변영주 감독의 ‘화차’에서 모든 것이 거짓인 정체불명의 여인을 연기하며 부일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연기파 배우로 거듭났다. 지난해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에서 일제강점기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은 귀족 아가씨 히데코 역을 맡아 파격적인 동성애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농밀한 연기를 보인 ‘아가씨’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후보로도 거론됐지만 수상은 하지 못했다.
관객들에게 늘 발전하는 연기를 선보이며 데뷔 18년 만에 ‘베를린의 여왕’으로 등극한 김민희이지만 감독과의 불륜설 탓에 이번 수상에 대한 국내 누리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그의 수상 소식을 알리는 뉴스엔 “불륜설에 휩싸인 감독의 아내와 가족에게 또 한 번 상처를 주는 것 같다”는 반응과 함께 “배우는 사생활보다 연기력으로 증명하는 것. 한국인으로서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이번 수상으로 김민희의 국내 복귀 여부도 주목된다. 그는 수상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수상으로 향후 작품 선택에 변화가 있겠느냐’는 질문에 “상업 영화를 선택해서 내가 얻을 것은 없다고 본다. 배우로서 좋은 감독과 함께하며 배울 수 있는 게 영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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