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사상가이자 비평가인 아즈마 히로키는 겐론이라는 출판사의 대표이자 편집장이다. 2012년부터 강원 철원군 비무장지대(DMZ)에서 아트선재센터가 진행하고 있는 전시인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를 취재하기 위해 그가 한국을 찾아왔을 때 인연을 맺었다.
그때 첫 만남에 앞서 그가 쓴 책 몇 권을 읽어 보았다.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2007년) ‘게임적 리얼리즘의 탄생’(2012년)에 담아낸 인터넷 만화 게임 같은 서브컬처에 대한 분석, ‘일반의지 2.0’(2011년)에서 민주주의와 루소, 프로이트와 구글을 연결한 내용이 흥미로웠다.
그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태가 발생한 뒤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을 방문했다. 그러고는 후쿠시마를 현 상태 그대로 유지하면서 기억의 장소로 관광지화해 현재의 메시지를 미래에 전하기 위한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아즈마는 후쿠시마 관광지화 계획을 세우고 체르노빌과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취재한 뒤 이 책을 썼다. 인터넷 환경이 가진 여러 문제를 여행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짚어나가는 내용이다. 후쿠시마, 아우슈비츠, 체르노빌 외에 책에 기록된 여행지는 대만, 인도, 한국, 방콕, 도쿄다.
요즘 사람들은 대개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한곳에 앉아서 멀리 떨어진 다른 지역에 관한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검색에 의한 정보는 열려 있으며 누구와도 공유할 수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생각이 틀렸다고 이야기한다.
검색 시스템은 정보를 걸러내 전달한다. 인터넷 검색엔진은 사용자가 전에 관심을 보였던 정보를 먼저 보여준다. 아즈마는 ‘인터넷 검색은 개인의 의지를 반영한 자유의 장(場)’이라는 믿음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인터넷에서 내려받는 음악이나 영상은 사용자가 검색할 때 드러낸 버릇이나 취향에 의해 걸러진다. 다른 주체에 의해 통제된 정보인 셈이다. 이 책은 이런 ‘정보 통제’를 벗어날 방법에 대한 제안을 전한다.
“당신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한 당신의 생각은 타자가 규정한 세계 안에서 이루어질 뿐이다. 그 통제에서 벗어날 방법은 오로지 하나다. 구글이 예측할 수 없는 말을 검색하는 거다.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 답은 단순하다. ‘장소’를 바꿔라. 연상의 네트워크를 넓히기 위해서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보다 환경을 바꾸는 편이 효과적이다. 같은 인간도 다른 장소에 가면 다른 말을 검색한다. 그리고 거기에서 지금까지와 다른 세계가 열린다.”
아즈마는 자기 안에, 집 안에, 그리고 사회 안에 갇혀 있는 젊은이들에게 “어디론가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 알고 있는 것을 절대 몰랐을 것이며 알 기회도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검색어’를 찾기 위해 떠난 그의 여행은 결국 눈앞의 현실을 바꾸기 위한 여행이었다. 급변하는 세계를 바라볼 다른 방향의 시선을 이 책을 통해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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