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흑 ○이 왜 좋은 수인가 하면 참고도를 보면 알 수 있다. 백이 참고도 1로 버티면 흑 2가 있다. 백 3으로 젖힐 때 4의 양호구로 흑 말이 연결된다. 이건 백 집이 너무 많이 깨진 모양이다. 그래서 실전 백 8은 불가피한 보강이다.
하지만 흑 9로 지키자 중앙 흑 집이 예상 밖으로 크게 났다. 알파고의 이런 운석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중반을 넘어설 무렵에 중앙에 이렇게 큰 흑 집이 나리라고 예상한 사람이 있었을까. 그냥 자연스럽게 반상을 정리한 것 같은데 마치 도깨비 방망이를 휘둘러 중앙 흑 집을 뚝딱 만들어낸 듯하다.
지금 계가를 해보면 반면 15집가량 차이가 난다. 덤을 제하고도 흑을 든 알파고가 7, 8집 앞선 상황이다. ‘어, 어’ 하는 사이에 형세가 확 벌어졌으니 김정현 6단으로선 낭패감만 들 뿐이다. 김 6단은 백 16으로 쳐들어간다. 딱히 뾰족한 수단이 있어서라기보단 이곳이 아직 변화의 여지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흑 17로 백 16을 살려가라고 요구할 때 김 6단은 두 눈 질끈 감고 백 18, 20, 22로 변화를 꾀한다. 이렇게 끊어 분란을 일으키지 않으면 흑의 실리를 따라잡을 수 없다. 백의 마지막 몸부림이자 여기마저 막히면 돌을 던지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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