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바둑은 승패를 떠나 초반 알파고의 좌하귀 삼삼 침입이 준 충격이 컸다. 참고도 흑 5(실전 흑 19)는 그동안 ‘인간의 바둑세계’에선 금기로 통하던 것이다. 그 이유는 초반 삼삼침입은 그로써 얻는 실리에 비해 상대에게 너무 큰 세력을 내줘 이후 국면 운영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알파고는 수천만 번의 셀프 대국 끝에 ‘초반 삼삼으로 실리를 차지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인간은 도저히 해낼 수 없는 수많은 대결을 통해 인간이 갖고 있던 막연한 추측을 깨 버린 것이다.
실제 국면의 흐름은 알파고가 계산한 대로 흘러갔다. 흑의 초반 삼삼 침입으로 백은 세력을 쌓았고 하변의 요처인 백 44까지 차지했다. 하지만 흑 45의 침입에 이어 49, 59까지 진행되자 세력이라고 여겼던 백 대마가 오히려 곤마에 가까워졌다. 흑은 이후 백 대마를 적절히 압박하며 중앙에 20집이 넘는 흑 집을 지었다. 도중에 백 92로 99의 곳에 한 칸 뛰어 백 말을 보강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그 외에는 백이 특별한 실수나 방향 착오를 일으키지 않았다. 그럼에도 흑은 백에 한번도 주도권을 내주지 않고 완승했다. 88, 100=82, 91=85. 135수 끝 흑 불계승.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