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3월 3일. 고종의 시신을 모신 재궁(梓宮·임금의 관)이 경운궁을 떠난다. 대한문 앞으로 견여(肩轝·재궁을 실은 상여)를 짊어진 사람들이 늘어선 가운데 주변에는 온통 일본 군인들이 도열해 있다. 눈을 감는 그날까지 망국의 한을 삼켜야 했던 고종의 비극이 한 장의 흑백사진에서 오롯이 읽힌다. 또 다른 사진에는 조선이 아닌 전통 일본식으로 치러진 장례 모습도 담겼다.
고종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키던 구한말 조선인들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서울역사박물관은 1919년 3월 3일 고종 국장(國葬) 당시를 조명한 ‘고종황제의 마지막 길’ 전시를 열고 있다. 전시에서는 재궁이 빈전(殯殿)으로 쓰인 함녕전을 떠나 금곡 홍릉에 이를 때까지 경로를 지도 위에 자세히 표시했다.
고종 대여 행렬은 대한문을 출발한 뒤 황금정(현 을지로)을 거쳐 훈련원에서 일본식 장례의식을 치렀다. 이어 흥인지문을 통과한 뒤 금곡 홍릉에 도착했다. 이 중 미국 언론인 앨버트 테일러(1875∼1948)가 흥인지문 옆을 지나는 국장 행렬을 촬영한 사진이 이번 전시에 처음 소개된다. 이 사진에서는 동대문부인병원과 동대문교회 등 유서 깊은 옛 건물들을 볼 수 있다.
다음 달 9일까지.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museum.seoul.kr)나 전화 안내(02-724-0274)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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