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나 프랑스나 정치인들이 대선을 앞두고 책을 통해 자신의 비전을 밝힌다. 유력한 대선 후보인 에마뉘엘 마크롱도 지난해 11월 대선 출마를 공식 발표하기 직전 책(사진)을 펴냈다.
1977년생인 그는 프랑스 나이로는 올해 39세이다. 투자은행 로스차일드에서 일한 그의 그럴듯한 경력이라고는 경제장관이 거의 전부다. 여기에 무소속인데도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가 된 비결이 뭘까.
‘혁명(R´evolution)’이라는 책 제목도 눈길을 끌었다. 프랑스의 상징이기도 한 프랑스 대혁명이 먼저 떠올랐다. 책 부제도 “이것이 바로 프랑스를 위한 우리의 전투(C‘est notre combat pour la France)”로 강렬했다. 그러나 실제 마크롱은 대선 후보 중 가장 과격함과는 거리가 먼 중도 후보다.
이번 프랑스 대선은 유럽의 정치적, 경제적 패권을 독일에 뺏기고 쇠퇴하고 있는 프랑스의 우울한 현실을 반영하듯 모든 후보가 과격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극우 포퓰리즘 국민전선(FN) 후보 마린 르펜은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고 화폐 단위를 프랑으로 돌아가 빚을 다 탕감하자고 주장한다. 우파 공화당 후보 프랑수아 피용은 공공소비를 줄이기 위해 공무원 50만 명 감축을 약속했다. 좌파 사회당 후보 브누아 아몽은 로봇세 3000억 유로(약 367조 원)를 걷어 전 국민에게 매달 약 90만 원을 나눠주는 기본소득제를 공약했다. 그나마 EU를 존중하는 마크롱이 기존 시스템을 가장 유지하는 쪽이다.
그가 말하는 혁명은 방법적인 측면이 아닌 바로 그동안 좌우 이념에 고였던 물을 걷어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는 서문에서 “좌든 우든 사실상 같은 사람이 수십 년을 통치했다. 그들의 모델은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거세지고 있는 디지털, 환경, 기술, 산업 혁명을 프랑스가 주도해야 한다”며 “미국과 중국과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공공소비를 줄여 교육과 청년 직업훈련, 친환경 변화, 디지털 혁명 도입에 쓰겠다”고 말한다.
16개 챕터 중 첫 장인 ‘나는 누구인가’에서 그는 강점이자 약점인 나이로 시작하는 것도 눈에 띄었다. 그는 “나는 38세이다. 나도 내가 경제장관을 지내고 오늘 이런 정치적 약속을 할 것이라고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고 솔직히 털어놓는다.
그러나 책 판매는 지지율과는 별개다. 지지율은 1, 2위를 다투는 마크롱이지만 정작 서점가에서 가장 핫한 인물은 극좌 성향을 갖고 있는 좌파당 장뤼크 멜랑숑 후보(지지율 5위)다. 마크롱의 ‘혁명’ 직후인 지난해 12월 멜랑숑이 낸 책 ‘공동 미래(l’avenir en commun)’는 출판된 지 열흘 만에 20만 권이 팔려 해리포터에 이어 2위를 차지했고 지금도 정치인 서적 1위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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