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애완동물을 키울 수 있는 임대 아파트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임대 아파트에 살던 우리는 고양이를 기르기 위해 아파트를 구입했다. 그렇게 8년 전 고양이 ‘비비(ビビ)’를 맞았다.
사실 비비는 들고양이였다. 비에 젖어 콧물을 흘리고 있던 그를 (동물보호소에서) 보호해줬다.
우리 부부는 고양이를 기를 경우 애완동물 가게가 아닌 버려진 고양이 등 들고양이를 받기로 마음먹었다. 애완동물 가게의 고양이들은 ‘브랜드’가 있는 것이어서 좋은 주인을 만날 기회가 있지만 들고양이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 고양이(地域猫)’로 불리는 고양이를 아시는지….
들고양이가 아닌 지역에서 관리하는 고양이다. 이들에겐 매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먹이를 준다. 지역 고양이는 시간에 맞춰 모습을 드러낸다. 이들 지역 고양이는 거세, 불임 시술을 받고 있다. 수술을 받은 표시로 지역 고양이는 한쪽 귀 끝이 약간 잘려 있다.
자원 봉사자들은 이들 들고양이를 잡아 병원에서 수술을 받게 한다. 그리고 지역 고양이로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들고양이의 숫자가 늘지 않게 하기 위해 중요하다. 그래서 수술비를 보조하는 지방자치단체도 있다. 물론 이런 지역 고양이를 두고 찬반양론이 있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사회와 고양이가 공존하기 위해 적절한 방식이라고 본다.
잠깐! 히로미 씨가 소개하는 고양이 애교 동영상: 옆집 고양이의 고무줄 장난을 소개합니다.
들고양이였던 비비는 인간에게 경계심이 강해 다루기가 쉽지 않았다. 보호받을 당시 상당히 쇠약한 상태였다고 한다. 일단 동물 병원에 맡겨져 인터넷 사이트에서 양부모 모집이 진행됐다. 우리 부부는 이 사이트를 우연히 보고 비비를 물려받은 것이다.
처음 집에 온 비비는 온몸의 털을 곤두세우고 “샤!”라고 외치며 우리 부부를 경계했다. 방 한 구석에 숨어 한참을 나오지 않았다. ‘우리가 기를 수 없는 것인가’라며 포기할 생각도 했다.
비비와의 오랜 겨루기 같은 생활이 1개월 가까이 계속됐다. 그 때 비비는 드디어 마음을 열었다. 우리가 있어도 밥을 먹는 등 생활에 점점 익숙해졌다. 지금은 누워서 배를 보이며 장난을 칠 정도가 됐다. 막 입양했을 때의 모습이 거짓말 같다.
그래도 비비의 경계심이 강한 성격은 남아있다. 아직도 우리 부부 이외의 사람에게는 잘 따르지 않는다. 집에 손님이 오면 침대 밑에 들어가 나오지 않는다. 이 때문에 친구들은 비비를 두고 ‘환상의 고양이(幻の猫)라고 불렀다.
참고로 비비 이름의 유래는 ’비비리(びびり·무서워하는 성격)‘에서 붙인 것이다. 그래서 표기도 ’VIVI‘가 아니라 ’BIBI‘이다. 그의 성격에 맞춰 지은 이름어서 비비리라고 부르곤 하지만 그래도 마음에 든다. 비비도 마음에 들지는 모르겠지만….
비비와의 하루하루는 즐겁다. 다만 우리 부부가 집을 비울 때가 많아 외롭지 않도록 지난해 새로운 새끼 고양이를 맞았다. 그것이 ’하르(ハル)‘다. 다음 회에 하르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겠다.
▼ 필자 카이세 히로미 씨는?
2012~2015년 서울 거주. 연세대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한 뒤 궁중 요리를 배우는 등 한국 문화를 좋아했다. 집에서 고양이와 지낼 때가 최고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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