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알파고 vs 인간 특선보… 임기응변과 고정관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7일 03시 00분


○ 알파고 9단 ● 구리 9단
3국 총보(1∼154)

구리 9단은 3연성 포석을 선보였다. 세력 바둑에 알파고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이에 알파고는 참고 1도 백 3(실전 18)을 선보이며 인간의 고정관념을 또 한 번 무너뜨렸다. 백 3은 전형적인 속수로 꼽혀 왔다. ‘가’로 둬야 흑이 더 두터워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백 3은 선수를 잡기 위한 임기응변. 세력바둑에선 발 빠른 것이 더 필요한 만큼 일리 있는 행마라는 분석이다. 두고 나면 쉬운데 막상 떠올리지 못하는 건 그만큼 인간이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우변에 침입한 백을 어떻게 공격하는지가 이 바둑의 승부처였다. 흑 59의 강수는 구리 9단다웠는데 흑 61이 지나쳤다. 백 전체를 공격하려고 할 게 아니라 참고 2도 흑 1로 끊어야 했다. 백 일부는 살려주더라도 백 두 점을 품에 안으면 충분한 형세였다. 알파고의 깔끔한 수습에 헛심만 쓴 꼴이 됐다. 여기서 한 번 밀리자 알파고는 완벽한 계산력으로 구리 9단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154수 끝 백 불계승.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바둑#서정보#알파고#특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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