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후진국형 진보’ 넘는 뉴레프트 사관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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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대환의 시민을 위한 한국 현대사/주대환 지음/375쪽·1만7000원·나무나무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2004년) 등으로 일했던 ‘거물 운동권’인 저자(63)가 현대사를 보는 좌파적 민족주의 사관을 비판한 강연을 정리한 교양서다.

대한민국을 ‘태어나서는 안 됐을 나라’라고 보는 이들은 북한은 무상몰수 무상분배로 농지개혁이 제대로 됐다고 보지만 저자는 박명림 연세대 교수의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이를 반박한다. “그런데 국가에서 40% 세금을 거두어갔답니다. 지주가 그냥 국가로 바뀐 것입니다. … 농민들이 사실은 소유권이 없는 거지요.”

반면 남한은 명분보다 실질을 중심으로 농지개혁을 했다. ‘유상몰수 유상분배’로 하되 소출의 30%를 5년 동안 내면 되는, 농민에게 지극히 유리한 조건이었다. 농지개혁은 친일파의 다수에게서 경제적인 토대를 완전히 몰수해버렸다. “제헌국회 의원들은 전국적 명망이 있고 당선될 만큼 덕망이 있는 분들이었고, ‘악질 친일 모리배’는 주로 경찰 간부들에게만 해당합니다.”

저자는 대한민국 건국의 주역이었던 인촌 김성수 선생을 ‘당대의 조정자’로 평가했다. “인촌은 한민당의 실질적인 오너였지요. 그런데 대세로서 농지개혁을 받아들입니다. 최대 지주 김성수 선생이 하자고 하니까 중소 지주들이 꼼짝없이 따를 수밖에 없는 거지요.”

“… 독립운동가들 전부 김성수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덕을 많이 베풀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 그의 한계를 비판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의 족적을 지울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의 선 자리가 그가 닦아놓은 기반 위에 있기 때문이지요.”

저자는 대한민국 건국에 참여한 신익희, 조봉암 중심의 역사 서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자는 부마항쟁을 비롯한 여러 사건으로 투옥된 적이 있고, 1992년 한국노동당 창당준비위원장 등을 지냈다. 자신의 관점을 ‘뉴 레프트’라고 소개한다. ‘후진국형 진보’인 ‘올드 레프트’를 넘어서자는 얘기다. “민족주의 사관은 학문적으로는 도저히 지탱하기 힘든 신화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현실에서 힘이 너무나 큽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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