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오늘 한국에서는 인간과 인공지능이 ‘번역 대결’을 펼치는 촌극이 벌어졌다. 인간은 지문 몇 개를 번역하는 데 무려 50분이나 걸렸음에도 인공지능에 ‘승리’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통·번역 서비스가 인간의 기본권이라는 개념은 없었다. 통역사는 적지 않은 수익을 올렸고, 고가의 통역료를 지불할 수 있는 사람들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이 대결에서 공정한 룰은 인간과 인공지능이 ①같은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②시간당 얼마나 많은 양을 ③정확하게 번역하느냐가 되어야 했지만, 당시 기준은 ③밖에 없었다. ①은 로봇과 인간을 막론하고 에너지와 토지의 사용에만 세금을 물리는 오늘날은 당연한 발상이지만 당시는 사람이 일을 하면 오히려 ‘소득세’란 걸 냈던 시대다.(심지어 재화와 용역의 가치를 더하면 ‘부가가치세’를 냈고, 그냥 사람이면 세대주에 부과하는 ‘주민세’도 있었다.)
대결은 영역이 위축돼 가는 걸 견딜 수 없었던 인간들의 ‘자위’였다. ‘인지부조화’라는. 지극히 인간적이지만 지금은 사라진 단어의 용례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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