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라인 매체가 다양해지기 전까지 책 광고는 대부분 신문 지면에서 이뤄졌다. 지면 하단 전체나 한 면 전체를 차지하는 책 광고가 흔했다. 서평란보다 광고 지면에 더 많은 신간 정보가 실렸다. 1980년대 중반부터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전까지 라디오나 TV 광고도 성행하였다. 시초는 정비석의 ‘소설 손자병법’이다. 1990년대 초 TV 책 광고 한 편을 내보내려면 제작비를 포함해 2000만∼3000만 원이 들었다. 저자 인세의 일정 비율을 광고비로 제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광고에도 경쟁이 붙으면서 1993년 우리나라 출판계의 광고비 규모가 1000억 원을 넘을 정도였다. 소수 베스트셀러에만 독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책값 인상 요인이 되었던 데다 과대광고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지하철 객차 책 광고에 ‘지금 당신의 손은 어디에’라는 문구와 함께 야릇한 장면을 넣어 문제가 된 적도 있다. 급기야 출판단체들이 자정(自淨) 차원에서 ‘작은 책 광고’ 운동을 펼치고 나섰다.
책 광고는 한 시대 출판의 현실을 증언하는 자료가 된다. ‘경쟁이 치열한 출판계에 혁명아가 출현하여 독서계에 희생적 제공을 목적으로 전무후무한 서적 할인권을 발행하여 강호제현에게 소개하오니.’ 1913년 9월 잡지 ‘신문계’에 실린 왕래서시(往來書市) 출판사의 광고 문구에서 서적 할인권 제도의 시작을 알 수 있다.
1920년에 나온 장도빈의 ‘위인 링컨’(동양서원) 신문 광고 문구는 이러했다. ‘링컨 씨는 정의, 인도(人道)의 왕이오, 평등 자유의 신이오, 세계인의 모형이니 위인 중 위인인 링컨 씨의 전기를 일독하시오.’ 당시 책 광고는 책 내용을 소개하기보다는 주제나 저자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으며, ‘일독하시오’라는 표현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았다. 순진하면서 과장되고 어설퍼 보이기까지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독자들이 꼭 읽어보길 바라는 간절함이 깊다.
“거짓말한 문구를 적어서 처음 보는 사람으로 누구나 사보고자 하는 마음이 나게 하는 일이 많은데, 사실 그 책을 사다가 보면 보는 사람이 무식하여서 그러한지 그다지 떠들어 광고할 책도 못되는 것이 많으니, 이는 대체 어떠한 협잡 수단인가요?”
1922년 9월 27일자 동아일보 ‘휴지통’란에 소개된 독자의 목소리다. 다양한 매체에서 책을 광고하고 홍보 마케팅 수단도 훨씬 더 새로워진 오늘날에는 과연 이런 목소리가 없을까. 책 광고에서도 거짓이 진실을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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