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궁시렁궁시렁]소신 있는 평론과 새로운 작품 해석 사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0일 17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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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평도, 혹평도 존중하며 감사드립니다.”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1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가졌습니다. 김선욱은 베토벤의 그 유명한 ‘월광’, ‘비창’, ‘열정’을 선보였습니다. 이들 피아노 소나타는 클래식 입문자는 물론 클래식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진 곡입니다. 그만큼 유명한 곡이고, 연주자에게 있어서는 잘해도 본전인 레퍼토리입니다.

김선욱은 국내에서 대표적으로 팬들을 많이 보유한 피아니스트입니다. 이날도 그의 인기를 보여주듯 2000여석의 객석이 거의 들어찼습니다. 곡이 끝날 때마다 객석에서는 박수와 함께 환호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연주 뒤 열린 사인회에서도 길게 줄이 늘어섰습니다. 그만큼 현장에서 느낀 연주회의 반응은 좋았습니다.

그러나 일부 평론가와 음악 애호가들은 혹평을 쏟아냈습니다. 최은규 클래식 평론가는 “사실 베토벤의 ‘비창’이나 ‘월광’처럼 대단히 유명한 작품을 새롭게 연주하는 일은 거장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처럼 유명한 곡에 대해 음악애호가들은 작품에 대한 매우 강한 선입견을 갖기 마련이므로 유명 명곡을 연주하며 과감한 시도를 하려면 기존에 이 명곡들에 익숙해져 있는 관객들의 귀를 설득할 수 있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 김선욱의 베토벤 연주에선 때때로 그 이유를 찾을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고 평했습니다.

최 평론가는 ‘월광’에 대해 “김선욱의 연주를 달빛에 비유한다면 그 달빛은 자연적인 달빛이 아니라 인공조명이라고 하는 편이 나을 것”, ‘비창’에 대해서는 “주제의 지나친 강조로 인해 소나타형식을 갖춘 1악장 주부의 구조와 발전부 말미의 클라이맥스는 전혀 부각되지 않은 채 어정쩡하게 넘어갔다” 등으로 분석했습니다. 최 평론가 외에도 일부 음악 애호가들은 과장된 작위성과 작곡가의 의도와 달리 본인의 과한 해석 등으로 혹평했습니다.

김선욱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심경을 남겼습니다. 평론가와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의 혹평을 의식한 듯 자신의 의도를 전했습니다. 연주자로서는 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한가지 전해드리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 작품번호 27의 2, 즉 편의상 ‘월광’으로 불리는 소나타의 1악장입니다. 이 ‘월광’이라는 제목은 1832년, 소위 지금으로 말하면 음악칼럼니스트이자 시인인 루드비히 렐슈타트가 ‘마치 루체른 호수에 비친 달빛과 같다’라는 표현을 써서 180년이 지난 지금도 ‘월광’ 소나타로 불려지고 있습니다.

선입견이라는 것은 무섭습니다. 베토벤은 1801년에 이 곡을 작곡했지요. 과연 31년이 지나 렐슈타트가 이름붙인 ‘월광’이랑 베토벤의 의도가 비슷할까요? 오직 베토벤이 붙인 부제는 ‘판타지풍의 소나타’일 뿐입니다. 저는 1악장을 연주할 때 호수에 비치는 달빛처럼 (굉장히 추상적이지요) 연주하고 싶은 마음은 0.1%도 없습니다.

템포에 관해 제 생각을 전하자면, 저는 베토벤의 템포기호에 추가로 자필악보에서의 마디의 간격을 봅니다. 똑같은 알레그로나, 안단테라도 연주자마다 표현하는 템포는 다르겠지만 -베토벤은 자신의 생각하는 호흡을 마디의 여백과 음표의 간격을 통해 담았다고 믿습니다.”

평론가들과 김선욱의 이런 의견에 대해 클래식 팬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작품 해석은 연주자의 몫”과 “용기 있고 소신 있는 평론”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오랜만의 이런 논의가 반갑다는 것입니다.

김동욱 기자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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