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아다니던 고양이 한 마리가 집으로 들어왔다. 타고나길 도둑질을 잘하는 데다 마침 잡아먹을 쥐도 많지 않아 늘 배가 고프다 보니 조금만 단속을 소홀히 해도 밥상에 차려 놓은 음식까지 훔쳐 먹었다. 사람들이 몹시 미워해서 잡아 죽이려 하면 또 도망치기도 잘했다.
그러다가 얼마 후 우리 집을 떠나 다른 집으로 들어갔다. 그 집 식구들은 본래부터 고양이를 예뻐하였기 때문에 먹을 것을 많이 주어 배고프지 않게 하였다. 또 쥐도 많아서 사냥하여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으므로, 마침내 다시는 도둑질을 하지 않게 되었다. 그 집에서는 착한 짐승 대접을 받았다.
성호 이익(星湖 李瀷·1681∼1763) 선생의 ‘성호사설(星湖僿說)’에 실린 ‘투묘(偸猫)’ 즉 ‘도둑고양이’ 이야기입니다. 음식 훔쳐 먹는 게 천성인 줄 알았던 고양이가 먹을 것이 넉넉해지니 도둑질을 하지 않더라는 말씀. ‘창고가 차야 예절을 알고, 의식이 넉넉해야 영욕을 안다’는 옛말 그대로입니다. 요즘 일각에서 ‘도둑고양이’라고 부르지 말고 ‘길고양이’로 부르자는 것도 이와 의미가 통할 것입니다. 성호 선생의 탄식입니다.
이 고양이는 필시 가난한 집에서 자랐을 것이다. 먹을 것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도둑질을 하게 되었고, 도둑질을 했으니 내쫓긴 것이다. 우리 집에 들어왔을 때는 우리도 본래의 성품은 모른 채 그저 도둑고양이로만 대하였다. 그러나 그때는 도둑질을 해야만 살아갈 수 있었기에 그런 것이다. 사냥을 잘하는 재주가 있다 해도 누가 그것을 알아주겠는가.
그가 올바른 주인을 만나고 나서야 어진 본성이 드러나고 재주 또한 제대로 쓰게 되었다. 만약 도둑질할 때 잡아서 죽여 버렸다면 어찌 애석한 일이 아니겠는가. 아아! 사람은 때를 잘 만나기도 하고 못 만나기도 하는데, 저 짐승도 또한 그러한 이치가 있도다(嗚呼! 人有遇不遇, 物亦有然者也).
최근 경기 불황과 실업난 등으로 궁지에 몰린 서민들이 마트나 편의점에서 우유, 라면 같은 생필품을 훔치는 이른바 ‘생계형 범죄’가 늘었다고 합니다. 사정이야 참으로 딱하지만 피해자가 있으니 범죄는 범죄입니다. 선량한 서민들을 곤궁하게 만들어 마침내 범죄자로 내모는 일이 없는 지도자라야 비로소 안심하고 나라를 맡길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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