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두 번째 고양이로 온 하루(春)는 봄에 왔기에 지은 이름이다. 하루는 태어난 지 2개월 만에 어머니를 잃고 보호되고 있었다.
▲ 하루의 망중한 동영상
일본에서는 연간 약 7만 마리의 고양이가 살 처분되고 있다. 이러한 살 처분을 없애기 위해 많은 자원 봉사자들이 여러 가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2회 때 쓴 지역 고양이 활동도 그 중 하나다.
특히 도둑고양이를 보호하고 데려다 키울 사람을 찾아 연결해주는 양부모 협회(里親會) 활동이 눈길을 끈다.
최근에는 고양이를 키우려는 이들이 많아 이전과 비교하면 양부모 협회는 대성황이다. 각 지역 양부모 협회를 찾거나 양부모 협회 사이트에 접속해 당일 참여하는 고양이 중에서 좋아하는 고양이가 있는지를 살펴본다. 그리고 입양에 참가하고 싶다는 뜻을 e메일로 보낸 뒤 양부모 협회를 찾아 해당 고양이를 만나는 방식이다.
물론 사전 연락 없이 직접 양부모 회장(만남의 장소)에 가도 괜찮다. 양부모 협회가 좋은 이유는 그 자리에서 즉시 양도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나중에 인수 대상 가정이 고양이의 사육에 적합한 지 등을 확인한 뒤 새로운 주인의 집에 고양이를 직접 건네러 가기 때문이다.
4월의 어느 날, ‘두 번째 고양이를 갖고 싶다’고 생각하던 나는 주말에 개최되는 양부모 협회를 확인했다. 그 중에 털이 조금 길고 호랑이 무늬를 한 귀여운 얼굴의 새끼 고양이가 눈에 띄었다. 그 즉시 협회에 면회를 희망하는 e메일을 보냈다.
새끼 고양이를 만가길 기대하면서 협회 문을 여는 오전 10시 회장에 갔다. 고양이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장소가 좁기 때문에 입장 제한하고 있었던 것이다. 면회 예약을 한 것과 상관없이 2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한참을 기다려 겨우 회장에 들어갔지만 면회 예약을 한 새끼 고양이는 인기가 많아 더 기다려야 했다.
겨우 만난 새끼 고양이는 상상 이상으로 귀여웠다. 그와 비슷한 형제도 있었다. 그러나 또 다른 난관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새끼 고양이를 원하는 사람이 당시 12명 정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양부모 협회는 오후에도 같은 행사를 열기 때문에 희망자는 더 늘어날 게 틀림없었다. 이처럼 희망자가 많으면 양부모 협회 측은 추첨으로 결정한다. 그 새끼 고양이를 모두 받아들이는 가정이 유리한 상황이었다.
나는 첫째 고양이 비비가 있기 때문에 두 마리를 받을 수는 없었다. 그 새끼 고양이와는 인연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다른 양부모 회에도 가보았지만 그곳 역시 많은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새끼 고양이는 인기가 높기 때문에 경쟁률도 치열하다. 새끼 고양이 (입양) 시즌이 끝나는 5월에 어른 고양이가 양부모 회에 나오면 입양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비비에게는 새끼 고양이가 더 친해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마음에 드는 새끼 고양이가 있어도 이미 인수 대상이 정해져 있었기에 그 날은 빈손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다음날 내 휴대폰이 울렸다. 다른 양부모 회에서 내가 좋아했던 새끼 고양이와 닮은 고양이를 보호하고 있다며 보러 오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일주일 뒤 빨간 목걸이를 한 채 멋을 낸 삼색 털의 줄무늬 새끼 고양이를 만났다. 앞발은 버선, 뒷다리는 부츠를 신고 있는 듯한 무늬가 예뻤다. 그는 작은 소리로 울고 있었다. 바로 하루였다.
…4회에서 이어집니다.
▼ 필자 카이세 히로미 씨는?
2012~2015년 서울 거주. 연세대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한 뒤 궁중 요리를 배우는 등 한국 문화를 좋아했다. 집에서 비비와 하루 두 고양이와 지낼 때가 최고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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