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원은 8년간 몸담았던 경희대 교수직에서 올해 물러난 뒤 연주에 집중하고 있다. “연습을 4시간 하는 것과 학생을 1시간 가르치는 게 에너지 소비가 비슷하더라”라면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즐거웠고 보람도 있었지만 연주를 더 하고 싶은 마음이컸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2006년)에 출연한 피아니스트 김정원.’
김정원(42)이 가장 싫어하는 자신에 대한 소개 글이다. “영화 찍고 나서 그 이미지를 벗어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요. 그래도 (영화 출연이) 클래식 대중화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다고 하면 다행이죠.”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해 누구보다 노력하는 음악인 중 한 명이다. 1월부터 클래식 생중계 콘서트인 ‘V살롱콘서트’의 총괄감독과 진행을 맡고 있다. 또 지난달부터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슈베르트의 소나타, 가곡, 실내악 등 다양한 장르를 여러 음악인과 함께 연주하는 ‘슈베르티아데’라는 음악회도 열고 있다. 이 음악회는 11월까지 계속된다.
“현재 클래식 음악계는 사면초가라고 생각해요. 관객은 물론이고 전공자도 줄고 있죠. 클래식 음악에 관심은 있지만 (클래식이) 어렵다고 생각해서 공연장을 찾지 않는 사람이 많아요. 관객이 관심을 갖고 공연장에 올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획과 시도를 하고 있어요.”
대중화에만 관심을 갖는 것은 아니다. 음악에 대한 그의 진지함도 깊다. 그는 올해 세종문화회관 상주 음악가로 활동하고 있고,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시리즈 녹음도 내년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 시리즈의 전곡 녹음은 해외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드문 시도다.
“연주와 녹음 등 올해 일정을 보면 과연 가능할까 싶을 정도예요. 지금까진 선생님, 연주자, 아빠, 자식, 남편 역할로 바빴다면 올해는 ‘피아니스트 김정원’의 역할에만 다걸기(올인)할 생각입니다.”
무대 연주를 비롯해 콘서트 진행, 음반 녹음 등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피아니스트 김정원. 롯데콘서트홀 제공김정원은 몇 년 전만 해도 ‘오빠부대’를 몰고 다니던 스타 연주자였다. 그 바통을 김선욱, 조성진 등 젊은 연주자들이 이어 받았다. “젊은 스타들은 클래식 팬을 늘려주는 역할을 해요. 연주자들도 저마다 그 나이에 맞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요.”
20, 30대에 최고의 연주력을 선보이다가도 나이가 들면 안주하면서 연주력이 퇴보해 무대에서 사라지는 국내 연주자가 적지 않다. 80대에도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해외와 다른 풍경이다. “나이가 들면 체력이나 악보를 외우는 능력이 떨어지겠죠. 하지만 그 나이가 되어야만 나올 수 있는 깊이 있는 음악이 있어요. 그런 깊이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연주자들은 나이가 열 살씩 늘 때마다 하루 연습량을 1시간씩 더 늘려야 한다고 한다. 신체적인 불리함을 딛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말이다.
“나이를 핑계로 연주력을 탓하고 싶지 않아요. 지금도 연주장 가는 것 빼고는 집에서 연습만 하는 편이죠. 아무리 기획과 홍보가 좋아도 연주로 관객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안 돼요.”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현대음악을 널리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전음악도 그 당시에는 현대음악이었죠. 오늘날 연주자들의 의무 중 하나는 후대에 남을 현재의 음악을 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현대음악을 많이 들으면서 좀 더 많이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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