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매거진]햅번처럼 쓰고, 매고… 봄의 전령 스카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6일 03시 00분


다양한 스카프 연출법

구찌 코리아 제공
구찌 코리아 제공
클래식으로 남은 영화 속 명장면에는 유독 스카프가 많이 등장한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햅번은 하얀 블라우스 위에 귀여운 스트라이프 패턴의 프띠 스카프를 맸다. 그녀의 스카프 룩은 여전히 많은 여성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딱 사랑스러운 룩이다.

현실 속에서 요즘 인상적인 스카프 패션의 선두주자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다. 목걸이처럼 목에 두르는 프티 스카프부터 길게 연출하는 스타일까지 자유자재다. 에르메스의 비공식 홍보대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녀의 스카프 패션은 냉정해 보이는 정장에 숨 쉴 곳을 전해주는 봄바람 같은 느낌을 준다. 다양한 컬러의 스카프를 통해 여성스러우면서도 전문직의 이미지를 느끼게 한다.

이처럼 스카프는 매는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이미지를 준다. 머리에 두르면 복고적이고, 목에 두르면 클래식하며 어깨에 걸치면 우아해진다. 실크 스카프를 펼쳐보면 나타나는 아름다운 디자인을 모으는 재미도 쏠쏠하다. 두꺼운 머플러는 옷장 속에 넣어두고 형형색색의 봄 스카프의 세계로 뛰어들어 보자.

스토리가 있는 스카프

에르메스의 스카프는 작품 같다. 한 장 한 장 스토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올봄 새로 나온 ‘지그재그 상글’을 보자. 기하학적 구성의 전문가 버지니 자맹이 디자인한 그림이 담겨 있다. 상글(말안장을 연결하는 가죽 끈)을 지그재그 형태로 전면에 배치한 디자인이다. 자맹은 에밀 에르메스(에르메스 창업자의 손자)의 소장 서적 중 ‘카미와 아들’이라는 파리 10구에 위치한 마구 제조공방에 관한 책에 나오는 상글 무늬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 작가의 상상이 곁들여져 상글이 격자무늬, 곡선 등을 이루고 있다.

에르메스 스카프 ‘어느 여름 날’
에르메스 스카프 ‘어느 여름 날’
건축학도이자 디자이너인 나이절 파크가 디자인한 에르메스 스카프 ‘어느 여름 날’에는 빌딩 숲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것 같은 그림이 담겨 있다. 디자이너는 어느 여름날의 산들바람, 세상 만물을 살짝 흔드는 그 바람의 숨결을 떠올리며 가로수길, 거리, 공원 그리고 곳곳에 뿌려진 점으로 표현된 나무들의 속삭임 한가운데에서의 산책을 제안한다.

루이뷔통 모노그램 코럴 스퀘어
루이뷔통 모노그램 코럴 스퀘어
루이뷔통은 봄·여름 스카프 컬렉션으로 ‘모노그램 코럴 스퀘어’를 내놓았다. 바다에서 영감을 받은 낭만적인 프린트가 인상적이다. 중앙에 루이비통의 시그니처인 모노그램 플라워가 산호에 둘러싸여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진한 네이비 색상과 화이트와 그레이 컬러가 주로 쓰인 두 가지 디자인으로 나왔다.

구찌 스카프
구찌 스카프
구찌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제이드 피시와 협업한 실크 스카프 컬렉션을 선보였다. 타로 카드에서 영감을 받은 독특한 디자인에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대표 심벌을 매치했다. 미켈레의 자연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 스카프 컬렉션도 올봄 새로 나왔다. 벌과 꽃그림 속 가운데 알파벳 A는 미켈레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표시다.
스카프 매는 게 어렵다면

에르메스의 ‘실크노트’ 애플리케이션은 다양한 스타일링 방법을 알려준다. 에르메스코리아 제공
에르메스의 ‘실크노트’ 애플리케이션은 다양한 스타일링 방법을 알려준다. 에르메스코리아 제공
사실 스카프를 두르는 데 정답은 없다. 헵번처럼 목에 귀여운 액세서리처럼 매도 되고, 라가르드처럼 정장의 포인트로 표현해도 된다. 아침저녁 쌀쌀할 때 트렌치코트 위에 걸쳐도 되고, 머플러처럼 길게 늘어뜨려도 멋있다.

스카프는 머리 장식으로, 벨트로도, 가방 장식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구찌는 2017 봄여름 컬렉션 런웨이에서 두건처럼 머리에 쓰는 스타일링을 선보였다. 거기에 기존 오버사이즈 선글라스보다도 더 커다란 안경을 매치해 미켈레풍 레트로 스타일을 완성했다.

스카프 스타일링을 자세히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에르메스의 ‘실크 노트(Silk Knot)’라는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이 대표적이다. 남녀가 구분돼 있고, 각각 다양한 연출법이 그림과 동영상으로 표현돼 있다. 사각 스카프를 직선으로 접는 법부터 드레스처럼 입는 방법까지 자세하게 나와 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스카프#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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