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인 기자의 작품 속 그곳]연인들의 성지 피렌체 성당 꼭대기에서 본 적갈색 지붕들의 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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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냉정과 열정사이’의 두오모

두오모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피렌체 풍경. 하나투어 제공
두오모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피렌체 풍경. 하나투어 제공

손가인 기자
손가인 기자
“피렌체의 두오모에, 너랑 오르고 싶어. 그때 나는 평소에 없는 용기를 끌어모아 말했다. 나로서는 태어나서 처음 하는 사랑의 고백이었으므로. 피렌체의 두오모에는 꼭 이 사람과 같이 오르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좋아, 십 년 뒤 오월… 내내, 쥰세이와 함께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인생은 다른 곳에서 시작됐지만, 반드시 같은 장소에서 끝날 것이라고.”

이 구절 덕에 이탈리아 피렌체는 연인들의 성지가 됐다. 소설 ‘냉정과 열정사이’의 남녀 주인공 쥰세이와 아오이는 스무 살 무렵, 먼 타지 이탈리아에서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은 10년 뒤 아오이의 서른 살 생일에 피렌체 두오모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다. 소설은 아오이의 시선에서 쓴 ‘로쏘(Rosso)’ 편과 쥰세이의 시선에서 쓴 ‘블루(Blu)’ 편으로 나뉜다. 독자는 서로를 잊은 듯 살아가는 두 사람이 재회할 수 있을지 마음을 졸이며 이야기를 따라간다. 13세기에 지어진 두오모의 원래 이름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Basilica di Santa Maria del Fiore). ‘꽃의 성모 교회’라는 뜻이다. 두오모는 지붕이 둥그런 건축 양식인 ‘돔(dome)’을 가리키는 이탈리아어로 현지인들이 성당을 간단히 칭하던 이름이었지만, 지금은 세계적인 관광 명소의 이름이 됐다.

140년에 걸쳐 지어진 이 성당에는 마주 보고 있는 ‘쿠폴라 돔’과 ‘조토의 종탑’, 두 전망대가 있다. 꼭대기에 다다르려면 500여 개의 좁은 계단을 올라야 한다. 여행객들은 이런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전망대에 오르면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피렌체가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적갈색 지붕들. 빽빽한, 거의 빈틈없는” 중세의 골목이 내려다보이는 탑 꼭대기에서, 아오이와 쥰세이도 결국 재회한다.

두오모에 오르려면 입장권을 구매해야 한다. 가격은 15유로(약 1만8000원)로 두오모 성당 내부와 산타 레파라타 지하예배당, 두오모 오페라박물관, 산조반니 세례당까지 둘러볼 수 있다.

―‘냉정과 열정사이’(2000년), 에쿠니 가오리, 츠지 히토나리 지음·김난주, 양억관 옮김, 소담출판사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냉정과 열정사이#여행#피렌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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