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루처럼 요원하지만 언젠가 정원 있는 집에 살게 되면 개 두 마리를 키우고 싶다. 바깥 공기 들이켤 수 없는 아파트에서 기약 없이 기다리게 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에, 오늘도 낯모르는 인스타그램 주인장들이 올린 강아지 사진만 넋 놓고 구경한다.
동물은 아니지만 동거 생명체는 있다. 거실 창가를 메운 화분 12개. 밖에서 사들인 건 6개인데 웃자란 가지를 잘라 새 화분에 옮겨 심어 개체가 늘었다. 최고참 허브는 이사 두 번을 함께했다.
화분이 터질 듯 위태로워진 모습을 보면서도 그 상태로 몇 해를 넘기고서야 분갈이를 해줬다. 널찍해진 아랫도리를 만끽하며 쑥쑥 뻗는 가지를 확인하며 많이 미안했다. 며칠 잇달아 부지런히 블라인드를 걷어주고 마주 앉아 찬찬히 물을 나눠 주다 보면 ‘얘들 잎이 이렇게 짙푸른 빛을 낼 수 있구나’ 싶어진다. 움직이지 않을 뿐 내 존재를 느끼며, 살아 있다.
명색이 식목일이었는데 아침 물을 충분히 못 줬다. 밤물 맞으면서도 잘 견디고 살아줘서 고맙다, 내 동거식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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