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四季]한 번 맛보면 결코 못잊는, 달달한 바다의 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6일 03시 00분


[동아일보-다이어리알 공동 기획]4월 미더덕

‘바다의 더덕’이라 불리는 미더덕.
‘바다의 더덕’이라 불리는 미더덕.
《제철 음식을 남보다 조금이라도 빨리 접해야 직성이 풀리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이달의 주인공은 ‘미더덕’이다. 보통 미더덕을 생각하면 어떤 그림이 떠오를까? 질감은 오돌토돌하고 크기는 엄지손톱만 하다. 식감은 딱딱한 돌덩이에 가깝고, 아귀찜에 들어가는 작고 못생긴 물주머니 형태가 머릿속에 그려지는 사람이 많을 듯싶다.

허겁지겁 아귀 살을 발라 먹다 미더덕을 잘못 씹어 혓바닥과 입천장까지 홀라당 까진 경험도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아귀찜의 미더덕은 미더덕과에 속하는 오만둥이로 미더덕의 한 종류다. 물기를 빼지 않은 상태에서 급속 냉동해 바닷물과 그대로 쪄버리기에 터질 때 무척 뜨겁다. 오만둥이는 찜 외에도 죽과 탕으로 즐겨 먹지만 이는 미더덕의 전부가 절대 아니다.

알 만한 사람은 안다는 ‘참미더덕’은 멍게랑 흡사하게 생겼고 씨알도 무척 굵다. 톡 쏘는 멍게의 맛과 달리 달달하고 바다의 향기가 가득하다. 맛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맛본 사람은 없을 정도다.

제철은 4∼6월이지만 수온에 따라 시기가 그때그때 다르다. 봄이 일찍 찾아온 올해는 지금이 한창 제맛을 볼 수 있는 시기다. 14∼16일 경남 창원 진동 앞바다에서는 다양한 미더덕 체험이 가득한 ‘미더덕 축제’가 열린다.》
 
제대로 먹어야 잘 산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기왕 먹을 미더덕, 제대로 먹어보자. 서울과 지방 곳곳에서 제철 미더덕을 맛볼 수 있는 숨겨진 맛집을 찾았다.

○ 은밀한 밥상

미더덕덮밥은 잘 손질된 미더덕 내장과 갓 쪄낸 밥의 환상적인 조화가 돋보인다. 여기에 당일 직접 짠 참기름과 다진 미나리, 김 가루가 풍미를 더한다. 사진은 ‘은밀한 밥상’의 미더덕덮밥.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미더덕덮밥은 잘 손질된 미더덕 내장과 갓 쪄낸 밥의 환상적인 조화가 돋보인다. 여기에 당일 직접 짠 참기름과 다진 미나리, 김 가루가 풍미를 더한다. 사진은 ‘은밀한 밥상’의 미더덕덮밥.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제철 식재료를 이용해 계절 메뉴를 제공하는 한식집이다. 경남 창원 진동에서 공수한 참미더덕이 들어간 정갈한 미더덕 요리가 있는 곳이다. 서울에서는 보기 드물게 미더덕덮밥을 선보인다.

미더덕덮밥은 미더덕을 잘 손질한 뒤 내장을 곱게 다져 갓 쪄낸 밥 위에 올려 당일 짠 참기름과 다진 미나리, 김 가루를 첨가해 미더덕 본연의 간기를 물씬 느낄 수 있게 했다. 1인 반상은 반찬 구성도 훌륭해 한 끼 식사로 만족감이 높다.

알맹이가 꽉 찬 미더덕의 여러 부위를 이용해 회와 탕으로 즐길 수 있는 요리도 내놓는다. 미더덕을 손질하고 남은 꽁다리로 시원한 국물을 낸 뒤 가리비, 바지락, 낙지 등 각종 해물을 넣어 끓인 미더덕탕, 껍질부터 내장까지 미더덕을 통째로 맛볼 수 있는 미더덕회 등을 추천한다. 술을 술술 부르는 이곳의 미더덕 요리들은 능이버섯 향이 가득한 능이주와 궁합이 좋다.

미더덕덮밥 1만3000원. 서울 용산구 녹사평대로 32길 9. 02-2254-0505

○ 안주마을

서울 종로구 옛 체부동 먹자골목 안의 명소다. 술이 생각나게 하는 안주로 제격인 수십 가지 메뉴로 주당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이 정도 선도에 어떻게 이 가격이야?”라며 놀랄 정도다. 제철에 물오른 경남 마산 미더덕을 들여와 회로 제공한다. 겉이 울퉁불퉁한 큼지막한 꽁다리, 탱탱해 보이는 내장, 직접 간 고추냉이, 접시에 가지런히 줄지어 놓여 있는 미더덕회의 모양새는 투박하지만 맛깔스러움이 느껴진다. 멍게회로 착각할 만한 튼실한 크기에 시선을 뺏기고 입안에서 퍼지는 간기에 혀가 춤을 추는 듯하다. 이달 중순이면 미더덕회를 맛볼 수 없다고 하니 서둘러 방문해 보길 권한다.

미더덕회 2만 원.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길 5. 02-723-3529

○ 구마산

40년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터줏대감. 추어탕 전문점이지만 미더덕찜을 일품요리로 취급한다. 보통의 빨갛고 매콤한 미더덕찜과 다른 스타일이다. 이곳 미더덕찜은 여의도 증권맨들의 정장 스타일처럼 깔끔한 스타일이랄까. 국내산 미더덕을 이용해 콩나물, 방앗잎, 쌀가루, 갖은 채소를 함께 넣어 쪄냈다. 미더덕과 갖은 양념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미더덕찜은 달달하고 담백해 자꾸 손이 간다. 곁들여 나오는 나물 밑반찬은 미더덕찜의 맛을 한층 더 돋워준다. 또 다른 명물인 10여 가지 양념간장에 재운 한우불갈비와 마산식 추어탕도 별미다.

미더덕찜 1만5000원.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70. 02-782-3269

○ 이층횟집

3대째 이어온 60년 전통의 미더덕 요리 명소다. 미더덕의 본고장 마산을 대표하는 맛집으로 푸짐하고 싱싱한 미더덕 요리를 만나볼 수 있다. 제철에 수확한 미더덕을 손질한 후 바로 얼려 사용해 1년 내내 선도 좋은 미더덕을 맛볼 수 있다. 한 접시에 빼곡하게 채워진 미더덕회, 다진 미더덕과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날치알의 조화가 예사롭지 않은 미더덕덮밥, 갖은 채소와 버무린 새콤달콤한 미더덕무침 등 이 세 가지 미더덕 요리 중 어떤 것을 선택해도 미더덕 향이 제대로다.

미더덕덮밥 1만 원, 미더덕무침 2만 원.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미더덕로 345-1. 055-271-3456

○ 숲속안골길

경북 영천 채약산 근처 산골에서 부부가 운영하는 농가 맛집이다. 산자락 아래서 농사지은 산물로 차려내는 한 상을 받으면 도시의 여느 밥상과는 다름을 바로 알 수 있다. 뽕잎 넣고 지은 밥부터 정갈한 찬까지 화학조미료를 전혀 넣지 않은 향토 음식으로 구성된다. 이 집 밥상에는 빠지지 않는 종지에 담긴 음식이 하나 있다. 바로 미더덕장아찌. 미더덕을 간장에 절여 장아찌로 만든 것이 신기해 한번 맛보는 순간 계속 젓가락이 간다. 마산에서 공수해온 오만둥이로 만들었는데, 오도독오도독 씹는 맛이 매력적이며 간기가 적당해 밥도둑이 따로 없다.

숲속정식 1만5000원, 안골정식 3만 원. 경북 영천시 안골길 20-75. 054-332-2377

이윤화 다이어리알 대표·정리=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음식사계 기사는 동아닷컴(www.donga.com)과 동아일보 문화부 페이스북(www.facebook.com/dongailboculture), 다이어리알(www.diaryr.com)에 동시 게재됩니다.
 
겉막 벗긴뒤 칼로 살짝 잘라 돌리면 살점 온전히 발라져

●미더덕 손질법


미더덕 살을 바를 때는 내장이 터질 수 있어 세심한 손질이 필요하다.
미더덕 살을 바를 때는 내장이 터질 수 있어 세심한 손질이 필요하다.
사실 식당에서 회로 제공되는 미더덕은 한 번 가공해서 나온 것이다. 원래 미더덕은 멍게의 껍질과 같이 단단한 섬유질로 실타래처럼 꼬여 묶여 있다. 식탁에서 만나는 멍게 같은 미더덕회는 산지에서 미더덕 내장이 터지지 않게 미더덕 전용 칼로 거친 표면을 정교하게 깎아 손질한 것이다. 한 번 외피를 깎아버린 미더덕은 시간이 지나면 겉이 거무튀튀해지고 물과 내장이 빠져나와 흐물흐물해진다. 참미더덕을 어렵게 산지에서 공수해왔는데 손질, 보관법을 모르면 버릴 수밖에 없다.

서울 용산구 ‘은밀한 밥상’ 김희종 셰프는 밥에 올려 먹을 때 부드럽게 회 맛 자체를 즐길 수 있는 미더덕 손질법을 귀띔했다.

먼저 미더덕 겉에 둘러싸인 미세한 막을 벗긴다. 자칫하면 내장이 터질 수 있으니 세심하게 손질할 필요가 있다. 그다음 내장이 가득 들어 있는 미더덕의 막 한가운데를 칼이나 가위로 살짝 잘라 뒤집어 꼭지를 돌리면 살을 남김없이 바를 수 있다. 내장을 씹는 식감이 살아 있도록 살짝 다지는 것은 필수다. 다진 미더덕을 밥에 올려 먹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슬쩍 익혀 밥에 올려 먹어도 맛이 일품이다.

미더덕 살을 발라낸 뒤에 남은 미더덕 꽁다리는 훌륭한 육수 재료로도 쓰인다. 냉동 보관했다가 탕, 국, 찌개 요리를 할 때마다 넣어 먹으면 바다향 가득한 맛을 언제든 즐길 수 있다. 회로 먹을 때는 씹는 맛을 살리고자 일부러 내막을 손질하지 않고 미더덕 자체를 그대로 먹는다. ‘바다의 더덕’이라 불리는 미더덕의 이름처럼 미더덕은 버릴 것이 없는 식탁의 보물이다.
#미더덕#제철 음식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