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흑을 보면 심하게 뭉친 모양이다. 바둑계에선 ‘포도송이’라고 부른다. 이런 형태는 비능률의 전형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알파고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인간은 기분이 나빠질 수 있는 상황인데 ‘기분’이 없는 알파고는 계산대로만 움직인다. 이런 기분 나쁜 모양도 실제 계산해보면 지금 상황에선 나쁘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에겐 백 52까지가 기분 좋은 선수.
흑은 손을 빼고 53으로 귀에 침입한다. 어영부영하다가 여길 놓치면 실리에서 차이가 벌어진다. 우하 귀의 흑은 어차피 살려줘야 하는 돌. 이야마 유타 9단은 우하 쪽을 선수로 마무리하고 좌상귀 백 두 점을 보강하고 싶다. 이 두 점만 안정되면 형세가 좋다고 본 것.
백 58은 실리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선수를 잡기 위한 수. 백 60도 참고도 백 1로 젖히는 것이 부분적으론 맥점이지만 지금은 흑이 4, 6으로 귀에서 살고 흑 8로 두면 백이 한 일이 없다. 이야마 9단의 뜻대로 상변 백 64를 선점해 백은 초반 포석을 성공리에 마친 셈.
여기서 알파고는 흑 69로 하변 백 진에 깊숙이 뛰어든다. 여기까지 뛰어들어야 밀리지 않는다는 계산이다. 백도 약점이 있어 흑 한 점을 잡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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