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흰나비가 너울거리며 날아다니는 계절이다. 그리고 이 시는 바로 그 나비 한 마리로부터 시작되었다. 한 흰나비가 생겨났고, 그것은 날아다녔고, 이윽고 바위에 앉아 쉬기로 했다. 막 쉬려고 하는 찰나의 나비, 시의 첫 연은 그 장면을 담고 있다.
바위에 날개를 천천히 내려놓는 나비를 보고서 시인은 상상한다. 저 나비는 아무렇게나 앉은 것이 아니라, 애써 찾아온 것이라고. 반드시 만나야 할 사람이 바위 속에 갇혀 있고, 그래서 나비는 아예 그 바위에 살러 왔다고. 시인은 천천히 그 상상을 풀어낸다.
나비의 날개가 얼마나 약하고 부드러운지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런데 그 약하고 연한 것을 들어 나비는 바위를 두드릴 참이다. 나 여기 왔다고, 너 거기 있냐고 바위에 대고 물어볼 참이다. 물론 단단한 바위가 쉽게 문을 열어줄 리가 없다. 그런데도 나비는 떠날 채비를 하지 않고 더욱 바싹 날개를 내린다.
여기서 나비는 연약한 존재가 아니게 된다. 소중하고 그리운 사람이 안에 갇혀 있다면, 마땅히 그를 불러야 한다. 불가능하다고 해도 포기할 수는 없다. 나비에게는 패배할 생각이 없다. 우리의 나비는 바위가 갈라지고 부서지고 모래가 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시의 제목은 ‘봄’이지만 이 시의 주제는 봄이라기보다 사랑에 가깝다. 혹은 깊은 마음에 가깝다. 세상에서 가장 연약한 것이 마음이라지만 세상에서 가장 센 것도 마음이라는 생각. 바로 이 시를 보면 하게 된다. 게다가 나비의 마음은 우리에게도 있지 않은가. 돌아오지 못하는 소중한 사람들이 되돌아온다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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