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가을에는 그 해 태어난 새끼 고양이가 많이 참가한다. 새끼 고양이는 그 존재 자체가 귀엽다. 당연히 이들을 찾는 수양부모도 쉽게 정해진다. 그리고 새끼 고양이의 시즌이 끝나면 어른 고양이 수양부모회가 주로 열린다. 이미 자란 고양이는 몸집이 크고, 잠만 잘 뿐이어서 애교가 없는 편이다. 이들은 수양부모를 찾는데도 어려움을 겪는다는 게 수양부모회 관계자들의 얘기다. 나 역시 어른 대신 새끼 고양이 하루를 받아들였지만….
수양부모회에서 하루를 처음 소개받았을 때 하루는 작은 목소리로 우는 온순한 새끼 고양이였다. ‘이런 성격이라면 틀림없이 비비와 사이좋게 지낼 것’이라고 안심했다. 다만 1주일 후 우리집에 온 하루는 조금 불안한 느낌이었다.
수양부모회에서는 고양이를 가장 먼저 고려할 수 있도록 60세 이상 만 사는 가정이나 독신, 6세 이하의 어린이가 있는 가정 등에는 양도하지 않고 있다. 60세 이상의 경우 건강이나 금전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독신은 거의 집을 비우기 때문 고양이가 외로워할 가능성이 있다. 어린 아이는 고양이를 장난감 같이 취급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수양부모회는 사무수속부터 꼼꼼하게 한다. 애정을 갖고 평생 기르고, 베란다 등 위험한 장소에는 가지 못하게 하고, 이사를 할 때는 수양부모회에 알리는 등 사육과 관련한 내용이 담긴 양도 서약서에 사인을 한다. 그리고 운전 면허증 등 신분증의 복사본을 건넨 뒤 백신 주사 비용 등 하루에게 투입된 비용을 수양부모회에 지불했다. 마지막으로 하루와의 기념 촬영을 하면서 양도는 완료됐다. 떳떳하게 우리 가족이 된 것이다. 하지만 정말 큰일은 그 때부터였다.
먼저 우리집 주인 고양이가 된 비비를 자극하지 않도록 처음에는 직접 하루와는 만나지 않게 했다. 과거에 다른 새끼 고양이를 입양하려 했을 때 비비를 바로 만나게 했다가 비비가 스트레스로 병에 걸린 적이 있어서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신중하게 두 고양이를 만나게 하기로 결정했다.
집에서 식사와 화장실을 준비한 방에 하루를 살게 했다. 방문은 비비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닫아 두었다. 일단 방문 넘어 서로의 냄새나 울음소리 느끼며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조금 익숙해졌을 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하루를 동물 보호 박스에 넣은 채 비비와 처음으로 만나게 했다.
처음 비비는 하루를 우리의 새로운 가족이라고는 인정하지 않았다. 침입자라고 생각하고 위협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하루는 이를 멍한 얼굴로 바라보며 개의치 않았다. 먼저 흥분한 비비의 패배였다. 그렇게 서로 면회하는 시간을 늘리면서 둘은 서서히 익숙해졌다. 하루가 집안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을 때까지 3주일이 넘게 걸렸다. 지금도 비비는 하루가 다가가면 때때로 위협하기도 한다. 그래도 하루가 동요하지 않으니까 그 횟수도 조금씩 줄고 있다.
하루의 성격은 활동적이다. 첫 만남에서 온순하다고 생각한 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알고보니 그 당시에는 감기에 걸려 몸이 안 좋았던 것 같다. 감기가 나은 뒤 그는 활발한 새끼 고양이로 변신했다.
올해로 8세가 된 비비는 인간으로 말하면 이미 중년의 나이다. 매일 남아도는 에너지로 재롱부리는 하루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모양새다. 비비야, 같이 생활할 고양이에 대해 보는 눈이 부족했던 나를 용서해주길….
▼ 필자 카이세 히로미 씨는? 2012~2015년 서울 거주. 연세대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한 뒤 궁중 요리를 배우는 등 한국 문화를 좋아했다. 집에서 비비와 하루 두 고양이와 지낼 때가 최고의 시간이다. …<5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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