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 드 구르몽의 시 ‘낙엽’의 유명한 구절이다. 구르몽은 파리국립도서관에서 10년간 사서로 일하다가 1891년에 그만두어야 했다. 프랑스의 국수주의를 비판한 잡지 기고문이 문제가 된 필화(筆禍)였다.
‘환상 교향곡’으로 유명한 음악가 베를리오즈는 1826년 파리음악원에 입학하기 전부터 그곳 도서관에서 오페라 악보 등을 보며 공부했다. 베를리오즈는 자신이 공부한 작품이 공연되는 날이면 오페라극장을 찾아가, 연주가 조금이라도 틀리면 소리쳤다. “누가 감히 멋대로 고치고 있어!” 그는 파리음악원 도서관에서 사서 역할을 했고, 1852년에는 도서관장이 되었다.
도서관에서 일한 적 있는 역사상 유명 인물들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고대 희랍의 학자 에라토스테네스, 철학자 라이프니츠와 데이비드 흄, 작가 레싱, 카사노바, 그릴파르처, 스트린드베리, 아흐마토바, 보르헤스, 프루스트, 화학자 조지프 프리스틀리, 교황 비오 11세, 미술가 마르셀 뒤샹, 혁명가 체 게바라와 마오쩌둥.
작가 로베르트 무질은 오스트리아 빈 공과대학 도서관 사서로 일하던 중 글 쓸 시간을 내기 위해 신경쇠약 진단을 받아내어 6개월 병가를 얻기도 했다. 그의 소설 ‘특성 없는 남자’에서 사서가 이렇게 말한다. “책 내용 속으로 코를 들이미는 자는 도서관에서 일하긴 글러먹은 사람이오! 그는 총체적 시각을 가질 수 없단 말입니다.” 수많은 책들의 서지 사항과 성격을 파악해야 하는 사서는 지식의 총체적 얼개를 관리하고 배치하는 사람이다.
사서의 역할을 책 대출과 반납 관리 정도로 잘못 아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 독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체계적으로 자료를 수집, 관리하며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은 높은 전문성과 사명감이 필요하다. 유네스코와 국제도서관연맹이 1994년에 채택한 공공도서관 선언(Public Library Manifesto)은 사서를 ‘이용자와 자료 사이의 적극적인 중계자’로 정의한다. 한국도서관협회 사무총장 이용훈은 이렇게 말한다.
“사서는 스스로 자기 삶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나 사회에 필요한 정보와 자료·지식을 딱 맞게 제공함으로써 그들의 과제를 해결하도록 돕는, 그래서 그들에게 해결했다는 만족감과 함께 기쁨을 주는 정보 전문가다.”(‘사서가 말하는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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