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디지털 기기를 금지하는 진짜 이유는 이것이다. 애초에 디지털 기기가 전혀 필요 없는 종류의 수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 ‘대한민국의 시험’ (이혜정·다산북스·2017년)
요즘 부모들에게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언제 사 줄 것이냐’라는 질문은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하는 얘기만큼 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현대생활에서 스마트폰은 생활필수품에 가까운 존재이지만 스마트폰 중독과 같은 부작용이 염려된다. 올바른 스마트폰 사용법에 대한 교육도 부모의 걱정거리다. 학교에서 이에 대한 사용법을 가르치지 않고 있어서다. 최근 초등학교 4학년짜리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사 준 A 씨는 “학교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 윤리나 스마트폰을 활용한 교육이라도 해 준다면 스마트폰을 사 줄지 말지에 대한 고민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자는 대한민국의 교육 시스템이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대학 입시를 정점으로 하는 현 교육 체계는 창의성 개발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정답이 하나뿐인 수업, 질문을 허용치 않는 문화, 실력보다 실수로 판가름 나는 성적 등이 대표적이다. 정보기술(IT) 강국이라고 하는데 코딩과 같은 컴퓨터의 기초, 검색 엔진 활용법조차 가르쳐 주지 않는 나라가 한국의 교육 현실이다. 단순 노동에 가까운 학습의 결과 한국 학생들은 세계에서 가장 공부를 많이 하지만 창의성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저자는 현 교육 체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입 시험을 새롭게 바꾸자”고 제안한다. 학생들의 사고력과 창의성을 측정하는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 같은 시험 시스템 도입도 주장한다. ‘4차 산업혁명’에 맞춘 인재를 키워 내기 위해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요구에 맞춰 시스템을 바꾸기에는 학생이나 교사, 국가 어느 누구도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난색을 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시작됐으며, 한국은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아이를 당신의 학습 스타일에 가두지 마라. 아이는 당신과 다른 시대에 태어났다.” 인도 시성(詩聖) 라빈드라나트 타고르의 격언을 새겨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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