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사회에서는 사람을 구분하는 가장 보편적인 용어로 군자와 소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군자는 사람들이 본받고 지향해야 하는 인간상이고, 소인은 그 반대로 경계하고 멀리해야 하는 인간상이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감히 군자를 자처하지는 못하더라도 군자로 불리기를 좋아하였고, 소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을 매우 수치스럽게 생각하였다.
위의 내용은 조선 중기의 학자인 정개청이 어떤 일에 맞닥쳤을 때의 마음가짐으로 군자와 소인을 구분한 말이다. ‘나에게 어떤 이익이 되는가’, ‘어떤 성과가 있는가’를 따지면 소인으로 구분된다고 하였다. 그럼 어떤 자세를 취하여야 군자인가. ‘남들의 시비를 살펴보지 않고 오로지 정의와 도리를 생각한다면 분명 군자이다(不顧人之是非 而一以正義明道爲心者 必君子人也)’라고 말하였다.
어떤 사람이 소인인지를 말한 또 다른 글을 한번 살펴보자. 장유(張維)의 ‘계곡만필(谿谷漫筆)’에 있는 내용이다.
‘남의 도움을 받아 일어서는 자는 어린아이이고, 남에게 빌붙어 자라는 것은 담쟁이이고, 남의 행동에 따라 변하는 것은 그림자이고, 남의 것을 훔쳐 자신의 이익으로 삼는 자는 도둑이고, 남을 해쳐 자신을 살찌우는 것은 승냥이이다. 사람이 이 다섯 가지에 가까우면 군자에게 버림을 받고 소인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소인의 유형은 한 가지로 고정되어 있지는 않다. 그리고 군자는 언제나 소인과 반대의 유형이라 생각하면 될 것이다. 어떤 일에 처하였을 때에 나는 무엇을 기준으로 일을 행하는지 그리고 어떠한 유형의 사람인지를 생각해 보면, 내가 군자인지 소인인지는 남들의 평가를 기다릴 것도 없이 내가 가장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정개청(鄭介淸·1529∼1590)의 본관은 고성(固城), 호는 곤재(困齋)다. 아전 집안 출신이지만 학식이 높아 여러 명사들과 교유하였고 많은 제자들을 길러냈다. 정여립 모반 사건에 연루되어 귀양을 갔고 그곳에서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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