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섯 살 외교사절’의 활약이 세계인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손녀인 아라벨라 쿠슈너 양이 7일 미중 정상회담을 위해 만난 외할아버지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앞에서 중국 민요 모리화(茉莉花)를 불러 갈채를 받은 것입니다.
‘아라벨라’는 음악팬들에게 얼마간 친근한 이름입니다.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문호 후고 폰 호프만슈탈의 희곡에 음악을 붙인 희가극 제목이자 그 여주인공 이름이죠. 이방카 트럼프와 남편이 이를 의식하지 않고 아이 이름을 짓지는 않았을 듯합니다. 슈트라우스를 사랑했던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도 막내딸 이름을 아라벨라에서 온 ‘아라벨’로 지은 바 있습니다.
여섯 살짜리 아라벨라 양이 높으신 어른들 앞에서 부른 ‘모리화’ 또한 오페라 팬들이 잘 아는 선율입니다. 자코모 푸치니가 마지막 오페라이자 유작인 ‘투란도트’ 1막에서 어린이들이 부르는 합창으로 차용한 멜로디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인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민요이지만 시 주석이 이 노래를 듣고 마음이 편했을지는 의문입니다. 모리화는 재스민 꽃을 뜻합니다. 아랍의 민주화 열풍을 가져왔던 ‘재스민 혁명’을 중국에서는 모리화 혁명이라고 부릅니다. 2011년 아랍 혁명 당시 중국에서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중국판 모리화 혁명을 이루자’는 글이 잇따라 올라와 중국 당국이 긴장했던 바 있습니다. 아라벨라 양이 부른 노래는 어른들이 ‘전략적으로’ 골라준 것이었을까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에 나오는 주인공과 이름이 같은 소녀가 푸치니 오페라에 나오는 선율을 부른 일도 새삼스럽습니다. 푸치니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이탈리아 오페라계를 대표하는 인물이었고, 슈트라우스는 같은 시대 독일 오스트리아권의 오페라계를 대표하는 주인공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깍듯이 예의를 차리면서도 서로를 무척 의식했다고 지인들은 훗날 전했습니다. 슈트라우스는 농담조로 ‘푸치니 음악을 듣지 않는다. 그 매력적인 선율들을 무의식적으로 따라 할까 봐’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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