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93은 좌하 귀 뒷맛을 없애는 두터운 곳. 알파고는 이런 곳을 놓치지 않는다. 백 98의 역끝내기도 적지 않은 곳. 이때 흑 99가 많은 인간 기사들의 눈을 의심하게 한 수. 지금 상황에서 99로 지키는 모양은 처음 보는 수였기 때문이다. 아마 인간이 뒀다면 ‘패기 부족’ ‘옹졸하게 지키는 수’ 등의 혹평이 쏟아졌을 것이다. 하지만 워낙 실력이 뛰어난 알파고가 뒀기에 ‘그 나름의 계산이 있을 것’이라는 선에서 넘어갔다. 일종의 알파고 ‘신드롬’이다.
하지만 국후 알파고를 대신해서 두는 사람의 실수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의 아자 황 박사는 페이스북에 “원래 109의 곳을 뒀는데 입력자의 실수로 99에 둔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역시 흑 99는 완착이었던 것이다.
백 100의 응수 타진은 좋은 수법. 이어 백 106이 냉정한 판단에서 나온 수다. 참고도 백 1, 3으로 두면 백 9까지 패를 만들 수 있지만 팻감이 없어 백이 결행하긴 어렵다. 백 106, 108에 흑이 귀를 보강하길 기대했지만 알파고는 손을 빼고 아까 인간 때문에 두지 못했던 109로 손을 돌렸다. 우변 흑 진이 은근히 깊어지고 있다. 백도 삭감을 서둘러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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