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세월호 참사 3주년을 앞두고 희생자 중 베트남 출신의 결혼이주여성 한윤지 씨(판응옥타인)와 유족을 소재로 한 중편소설 ‘세월’(아시아)이 출간됐다.
저자인 방현석 소설가(56·사진)는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슬픔마저도 차별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작품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소설은 베트남전쟁에서 싸웠던 어부 쩌우의 딸 린이 한국인에게 시집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쩌우는 린의 결혼이 못마땅했지만 아이들을 낳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과 사위의 믿음직한 행동에 마음이 바뀐다.
그러나 감귤 농장을 운영하러 제주도로 귀농하던 딸네 가족이 탄 배가 침몰하고, 손녀만 살아남는다. 쩌우는 작은딸 로안과 함께 팽목항에서 린의 시신을 마주하고, 손자와 사위의 시신이 수습되면 함께 장례식을 치르려고 기다린다.
부녀는 다른 이들에게 신세지지 않고 생닭을 다듬는 공장에서 일하면서 생활비와 차비를 번다.
방 씨는 “사실과 허구가 9 대 1 정도인 픽션”이라고 말했다. 소설에는 사실이 아니라 허구에 속하는 부분이었으면 싶은 내용이 적지 않다. 로안은 일하던 공장에서 “보상금을 얼마나 받아먹으려고 여기까지 와서 저러고 있냐”는 말을 듣는다. 베트남의 고향 사람들도 매정하기는 마찬가지인, ‘사람이 될 길이 없는 세월’이다.
방 씨는 “물질중심주의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면서 “베트남과 한국이라는 공간을 통해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일까를 다루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살아남은 아이가, 자기 가족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자랑스럽게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저자와 출판사는 인세와 수익금 전액을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데 쓰이도록 기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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